"달라스 시립 운영 병원인 파크랜드(Parkland) 병원이 ‘거짓 환자’를 가려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달라스 모닝뉴스를 통해 발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즉, 환자 가운데 공짜 치료를 받기 위해 거주지나 수입을 속인 환자들을 가려내 그들을 법적으로 조치하고 있어, 그동안 무료 시술이나 의료비 혜택(Charity care)을 받았던 이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덴튼에 사는 웬디 데비네니(Wendy Devineni) 씨도 그 중의 하나다. 그녀는 두통과 현기증을 동반하는 증상으로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병에 걸렸는데, 지난해 병원에 입원하려고 달라스 인근 카운티들의 세군데 병원을 찾았지만 세군데 모두에게서 치료를 거절 당했다.
척추 수술을 받아야 하는 다급해진 상황에 빠진 그녀는 결국 달라스의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에 가서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달라스 주민을 우선적으로 환자로 받아들이는 파크랜드이기에 자신이 달라스에 산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무료 의료혜택을 받게 된 것.
“나처럼 건강상 극한 상황에 몰리면 살아남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게 되어 있다.”
올해 32세인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렇게 변명한다. 그런데 이제 그녀의 거짓이 그녀의 뒷덜미를 잡기 시작했다. 그녀의 거짓말을 알아낸 파크랜드 병원측에서 그녀에게 의료비를 청구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220명 거짓 환자 가려내
데비네니 씨는 파크랜드 무료 혜택을 받아내기 위해 거주지를 속이거나 수입을 속여 병원과 달라스 카운티 세납자들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220명의 환자들 가운데 한명이다.
이렇게 수십년간 당해오던 파크랜드 병원이 이제는 부정직한 환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도입했다. 환자들의 재정 정보와 주소를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그것. 이를 통해 거짓 환자를 추려내는데 전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병원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달라스 카운티 병원 경찰인 릭 로벅(Rick Roebuck) 씨는 이런 과정에 대해 ‘대부분 서류 추적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필요하면 때로는 그들이 어디서 살고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길에 나가서 몰래 지켜 보기도 한다.”
무료 혜택인 PHP(Parkland Health Plus) 신청자들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파크랜드가 도입해 판단해본 결과 처음에는 무려 12,000건이 잠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혀졌었다.
그러자 달라스 카운티 공무원들은 파크랜드에게 병원비를 낼 수 있는 환자들을 가려내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쓰라고 재촉하게 된 것. 특히 중산층으로 인근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들을 식별해 내라는 것.
지난해 지역 세납자들은 파크랜드에서 치료를 받은 ‘다른 카운티 거주’ 환자들 때문에 2,500만달러를 추가로 세금을 내야만 했다.
50만달러 집에, 벤츠 몰면서 빈곤층 행세
지난해 8월부터 12명 이상의 환자들이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병원비를 완불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들은 이전에 다른 법적인 문제가 없었던 사람들이라서 기소유예를 받은 상태로 유예 기간이 끝나면 형량이 없어지게 된다.
파크랜드는 이들로부터 지금까지 23만여달러를 부분적으로 상환했는데, 앞으로 전액을 받게 되면 13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아주 악랄한 사기도 있었다고 파크랜드 측은 밝히고 있다. 사우스레이크에 거주하는 사업가라는 사람은 Subway 가게에서 일하면서 시간당 8달러를 받는 빈곤층인 것처럼 행세했는데, 실제로는 프랜차이즈 가게를 9개나 소유한 부자인데다 집은 50만달러짜리에 벤츠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 부부는 무료 혜택을 받아 파크랜드로부터 무려 46,800달러를 공제받았다. 물론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이들 부부는 이 금액을 다 갚을 수 밖에 없었다.
알렌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오클라호마에 모텔을 소유하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무료 의료 혜택을 신청해 무려 12만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유방암 등을 치료받은 그녀는 이같은 사실이 들통나 잡혔을 때 그 자리에서 2만달러짜리 수표를 써주었다고.
이들에 대해 기소를 담당하고 있는 달라스 카운티 법원 검사인 링컨 몬로(Lincoln Monroe) 씨는 기소 대상에 대해 “수입이나 사업 규모에 비해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저하게 드러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달라스 병원의 무료 혜택이라는 시스템을 속여보려는 마음을 갖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달라스 카운티에 대해 사기를 치는 북텍사스 거주민에 대해, 달라스 카운티는 앞장서서 그들을 기소할 것이라는 점을 알리겠다는 의지다.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다. 단지 돈을 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시스템을 악용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게 만들려는 것이다.”
거짓 환자, 중동 출신 소규모 사업자 많아
파크랜드 병원은 응급환자인 경우에 치료를 거부하진 않지만, 그러나 누가 진짜 환자이고 가짜 환자인지를 구별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파크랜드는 환자의 재정상태나 거주 상황 등을 체크할 뿐더러, 무료 혜택을 받기 원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개인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몬로 검사가 알아낸 바로는, 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종업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고 대신 파크랜드의 무료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번에 기소된 환자들에 대해 검찰이 분석한 결과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 중산층으로 소규모 사업을 경영하는 중동 국가 출신이라는 것.
이들은 다른 카운티에 거주하는데도 달라스에 산다고 속였는데, 사업체 주소를 집 주소인 것처럼 위장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조사 결과 이들은 자국 커뮤니티로부터 파크랜드 무료 이용 방법 정보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렌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 부부가 파크랜드 병원을 이용했는데, 건강보험이 없는 이들 부부에게 가게 손님 하나가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해줘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란 출신인 남편은 파크랜드에서 뇌종양 치료를 받았고 아내 역시 각종 종양 치료를 받았는데, 그렇게 그들이 받은 혜택은 무려 102,000달러에 해당한다고. 결국 이들은 병원비를 물기 위해 집을 저당잡히기로 했다고 전했다.
PHP 받기 위해 위장 주소 사용 사례
문제가 된 환자들 중에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카운티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텍사스 지역에서 태런 카운티와 달라스 카운티만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 병원이 있기에, 다른 카운티 거주민이나 비보험자들은 갈 데가 없다는 것.
카프만 카운티의 한 여성은 카운티 보건소를 찾아갔는데, 그녀가 자궁암으로 판명되자 파크랜드 병원으로 가라고 보건소 직원이 가르쳐 주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달라스에 사는 친척 주소를 파크랜드에 제출해서 무료 혜택을 받았다가 나중에 발각된 케이스다. 그녀는 일자리도 없고 보험도 없으며 장애인 아들도 부양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녀 가족 중에도 암에 걸린 경우가 많았고 그녀 모친 역시 병으로 세상을 떠났었다.
그녀는 “미안하긴 하지만, 난 아들을 돌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 했다”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하긴 해도 자식을 위하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PHP 혜택을 받는 환자는 현재 약 8만여명인데 이들을 위해 카운티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파크랜드 병원의 환자협회 디렉터인 밥 리드(Bob Reed) 씨는 “PHP야말로 정말로 병원비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게 되는 것”으로, PHP에 신청한 환자들은 메디케이드와 같은 다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따져보게 된다고 한다.
PHP를 받을 자격으로는 연방 빈곤 기준보다 200% 이상 수입이 있으면 안되고, 4인 가정의 경우 연수입이 41,300달러를 넘으면 안된다. 신청자들은 거주지와 수입 증명을 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들 중 허위 서류에 대해 밝혀내기가 이전에는 쉽지 않았다. 제출한 서류대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리드 씨는 말한다.
그런데 2005년부터는 PHP 신청 환자에 대해 서류 심사를 하는 동안에 전국 데이타베이스로부터 즉각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주소에 대해 확인하고 신청 서류상 미심쩍은 게 눈에 띄면 재정 상태에 대해서도 확인을 하게 된다는 것. 가령 어떤 환자가 수입이 없다고 주장하면, 병원 관계자들은 “그럼 어떻게 자동차 융자를 받아내었느냐”는 식으로 짚어가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따져본 뒤에 자격이 없는 것 같으면 PHP를 허용하지 않게 된다.
병원 측으로서는 카운티의 세금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위해서도 이런 과정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대해 긍지를 표명하고 있는 입장.
범죄로 취급되어 기소 당할 위기
거짓으로 PHP 혜택을 받아낸 경우에는 기소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데비네니 씨 역시 그 점을 염려하고 있다.
그녀가 파크랜드 병원을 찾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처음에 그녀는 파크랜드에 합법적으로 무료 혜택을 받고자 했었다. 그러나 덴튼 카운티에 산다는 점 때문에 먼저 2만달러를 다운페이로 지불하고 돈을 다 내야만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병원 측에서 말한 것.
소셜워커는 그녀에게 달라스 카운티 거주자여야만 파크랜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마치 ‘그냥 달라스 주소 하나를 가져오라’는 말로 들렸다고.
그래서 그녀는 캐롤턴에 집을 렌트해서 한달에 800달러를 내고, 그 거주지 증명 서류를 병원에 제출한 것이다. 그랬더니 병원 측에서는 즉각 그녀의 신청서를 받아주었고 2달만에 의사들이 수술을 해줬다고 한다. 렌트한 하우스는 한달만에 나와 버렸다.
그러나 도둑이 제발 저린 것일까. 그녀는 그 뒤로 다시는 파크랜드 병원을 찾지 않았다. 심지어 수술 부위의 실밥도 뽑으러 가지 않았을 정도. 자꾸 들락거리면 자신의 거짓이 탄로날까봐 우려했던 것이다.
그런데 파크랜드 병원에서는 그녀의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녀가 달라스에 살기 위해 이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결국 그런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게 26,000달러를 병원비로 청구한 것이다. 그녀를 기소할 것일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사 중이라고. 그녀는 돈을 낼테니 기소는 하지 않기 바란다고 전했다.
거짓 환자들 중 이미 사망한 경우나 받을 돈이 30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기소까지는 안할 방침이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사실이 확인되는대로 기소도 고려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한다.
“이들 거짓 환자들은 진짜로 무료 혜택을 필요로 하면서도 자격도 갖춘 환자들로부터 기회를 빼앗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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