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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화창한 날씨 속에서 연인들이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 보드워크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시안과 라틴계 여성들은 배우자로 같은 혈통의 남성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AP> |
이 같은 사실은 코넬 대학 대니얼 리치터 줄리 카말트 교수와 오하이오 주립대학 젠차오 키언 교수 팀의 공동 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안 여성의 백인 남성과 결혼 비율이 1980년에서 2008년 사이 40%로 정체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아시안 여성이 외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온 아시아 남성과 결혼하는 비율은 5배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즉 1980년 4%에서 2008년 21%로 폭증한 것이다.
키언 교수는 "아시안 여성과 백인 남성의 결혼은 해를 더할수록 늘어날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정체 상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직장이나 학교 혹은 동네에서 아시안과 백인의 동화가 최근 들어 과거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점을 들어 아시안 여성과 백인 남성의 혼인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으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중남미 혈통의 여성들 또한 이번 조사 결과 백인 남성과 결혼이 두드러지게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1990년대의 경우 중남미 혈통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여성 가운데 백인과 결혼하는 비율은 22%였으나 2000년 들어 이 비율은 16%로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아시안과 라틴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인식의 변화와 이민 인구의 증가가 다른 인종과의 결혼 양태를 변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즉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인종 특히 미국의 주류로 일컬어지는 백인과의 동화가 큰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란 비비언 제라르도 둘란(58)이 그런 예다. 멕시코 이민자의 후손인 제라르도는 그녀를 포함한 여섯 명의 자매들이 모두 백인 남성과 결혼했다. 제라르도는 "우리는 모두 동화됐다.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려면 멕시코의 문화가 아니라 미국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요즘 젊은 아시안이나 라틴계들은 제라르도 세대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 뿌리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와 중남미 출신 이민자가 80년대 이후 크게 늘어나 비슷한 혈통의 배우자나 문화를 접할 기회가 크게 늘어났다.
쿠바계 이민자를 부모로 둔 데이지 산체즈(31)가 그런 경우다. 산체스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니카라과에서 이민 온 남성과 결혼했다.
남가주 위티어에 살고 있는 산체즈는 최근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종을 가리지 않고 데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라티노를 원했다.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과 함께하는 게 좋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미국에서 다른 인종과 결혼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는 다른 인종과의 결혼이 10쌍의 커플 가운데 1쌍 이상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전국적으로는 전체 커플 가운데 약 8%가 다른 인종간 커플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980년의 3%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추세와는 달리 아시안과 라틴계 여성들 사이에 다른 인종과의 결혼이 줄거나 정체인 것은 이민자들 가운데서도 특히 이들 두 인종 혹은 문화 그룹이 폭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시말해 같은 문화 혹은 인종 그룹 내에서 배우자를 고를 기회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시안과 라틴계 이민자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라틴계의 경우 지난 1970년 미국 인구 가운데 비율이 5%에 불과했으나 2008년의 경우 15% 안팎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아시안의 증가 비율은 한층 더 높다. 아시안의은 1970년 미국 인구 가운데 0.7%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4.4% 수준으로 늘어났다. 비율이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증가 속도로만 따지면 아시안이 라틴계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위해 약 4만2000쌍의 커플들의 인종 문화 자료 등을 분석했다.
김창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