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의 삶
두 분의 노인이 있다.
한 분은 86세의 할아버지이고, 또 한분은 87세의 할머니이다.
두 분은 각기 아파트에서 혼자 사신다.
한 분은 매일 매일 잠에서 깨어나면 내가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어느 날 숨을 거둘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신경쇠약에 걸려 병원에 가서 하소연하고 우울증약, 불면증약, 신경안정제 같은 것을 처방해 달라고 애원한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은 뒤 며칠간은 편안하시단다.
또 한분은 아주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사신다.
사실은 그 분이 더 많은 병을 가지고 계신다.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등은 기본이고 치매에 걸려 자신이 어제 한 일도 기억을 못하신다.
하지만 고민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운전을 배우거나 골프를 처음 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을 빼라'이다.
하지만 초보일 수록 힘이 들어가고 마음먹은대로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지 못한다.
운전도 팔에 힘이 빠지기 전까지는 언제난 불안하고 초조해서 실수를 더 많이 한다.
약을 15가지는 드시는 할아버지지만 언제부터인가 본인의 의지인지 아니면 기억력을 잃은 탓인지 몰라도 모든 것을 놓으시고 사신다. 다만 한가지 돈이 몇백불이라도 있으면 더 많은 돈을 따고 싶은 욕망에 카지노에 가신다.
그것도 집옆도 아닌 루이지애나나 라스베가스에 20여시간을버스타고 갈아타면서 돈을 따고 싶은 욕망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잘 걷지도 못하는 몸상태로 그 먼먼 곳을 가신다.
그 분은 다만 한 가지를 할때 오직 그 생각만을 하시는 것 같다.
저혈당으로 쓰러져 911을 부르고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에 갔다온 다음날, 소셜 연금이 나와 몇 백불의 여유가 생기니 텅빈 냉장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카지노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다.
죽음을 초월한 분이다.
병원에 가셨을 때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고 하니 사람이 그리 쉽게 죽느냐며 오히려 태연하다.
즉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사시니 오히려 안 돌아가시는 가보다.
그동안 혼자 수십년 간 미국땅에 사시면서 수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셨다.
그런데도 위기때마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병원에 모셔다 고쳐서 고스란히 내보낸다.
불사신이라는 말에 걸맞게 늘 귀인이 나타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 오셨고 그래서인지 언제나 누군가 나타나 자신을 살릴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힘을 빼고 인생을 사는 것은 현명한 일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잘못도 용서를 안하고 열을 올리는 사람을 보면 오히려 그 분에게서 배우라고 하고싶다.
유서를 써보면, 관속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면, 자신이 죽었다고 가정하는 것은 바로 이 세상의 쓸데없는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데 가장 좋은 것 같다.
가까운 사람이 죽고 그 순간부터 자신도 그와함께 저 세상에 간 듯이 사는 일도
세상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데 좋은 것 같다.
죽음앞에서 더 강한 것이 무엇이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니 차라리 내일 죽는다면 하고 가정해보는 것이 낫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 , 그리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조금 비켜서서 가던 길을 그냥 가는 것,
다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내일 죽는다면 하고 가정해보는 것, 그러면 집착도 고민도, 설움도, 불안도 모두 가시리.
있는 것을 즐기며 있는 시간을 잘 쓰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현명한 삶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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