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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의 함박눈

헬렌의 전화영어 2010. 2. 12. 06:35

 

 

 

아침에 일어나니

뒷뜰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아-탄성을 조그말게 지르며 감회에 젖는다.

이 정도 눈이면 학교, 직장등이 문을 닫는데,

그래도 내 할일은 해야지

십 센티는 족히 될 차 위의 눈을 털어내고 시동을 건다.

하이웨이는 괜찮을까, 집앞은 완전히 빙판인데

유난히 나무가 많은 동네는

크리스마스카드속의 풍경이다.

 

눈을 오랫만에 보니

 새삼 한국의 눈덮힌 산야가 그리워진다.

어제는 운전중에 잠시 착각을 했다.

금발머리의 백인여자가 지나가는데

그녀는 우리나라에 왜 왔을까 한 것이다.

내가 미국에 있는 게 아니라 그녀가 우리나라에 온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한국을 가져다 주었나보다.

지금쯤 한국에 다녀올 때가 되어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적막함, 외로움, 이런 단어들만 떠올리는 외국생활

사람에 치이면서

자증났던 종로의 지하철도

신도림역의 물밀듯이 환승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립다.

사람은 많되 모두 바쁘게 돌아가는 곳

땅은 넓되 갈 곳은 많지 않은 곳

 

이러다가 눈속에 고립되는 건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오늘 밤은 쌓인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언다는데

한 며칠 정상업무가 불가능해질 것 같다.

눈이 오니 밖에 나가지 말라는 내 말에

아들은 깔깔댄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은 다 죽었겠다고.

 

 나도 한국에서는 웬만한 눈에도 끄덕않고

 차 몰고 나갔는데

나도 점점 엄살심한 미국인 닮아가는지

영하 0도만 돼도 춥다고 집에 있으라 하고

눈만 조금 오면 겁나서 못움직이니.

해안지방만 눈이 온다고

투덜대던 어제가 새삼스럽다.

하이웨이의 차들이 거북이 걸음이다.

비만 조금 와도 여기저기 사고나는데

조금 전 신호등에 바뀌어도

서지 못하고 미끄러져 지나가던

차가 떠올라 아무래도 아니다 하고

차를 집으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