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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비밀-슈퍼내추럴

헬렌의 전화영어 2012. 7. 19. 15:05

 

슈퍼내추럴 -고대의 현자를 찾아서-

 

아마존과 칼라하리의 식물 스승들

 

아마존의 원주민들은 그 지역의 다양한 식물 성분에 대해서 방대한 지식을 쌓고 있는데, 나비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성분에 대한 지식은 결코 우연히 얻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마존에서는 40여종의 쿠라레가 있는데, 그 재료인 식물만 70여종에 달한다……. 그것을 만들려면 우선 몇 가지 식물을 섞어 72시간 동안 끓여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만든 반죽 형태의 약품은 피하에 주입되지 않는 한, 손으로 만져도 무해하고, 심지어 삼켜도 무해하다. 따라서 이런 제조법이 우연히 발견되었을 수는 없다.

 

실제로 아마존의 샤먼들은 다양한 “식물의 영”이 그런 제조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뛰어난 의사이자 베게탈리스타(vegetalistas, 약초치료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야후아스카는 그 자체로 “의사”로 일컬어지며, “공감 가능한 지적 존재이며, 그로부터 지식과 힘을 얻을 수 있는”강력한 영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아마존의 시피보-코니보 인디언을 연구한 인류학자 안젤리카 겝하트-세이어는 아야후아스카를 복용한 샤먼이 “영의 세계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종종 카오스적이기까지 한 ‘정보’를 번쩍이는 무늬의 형태로 받아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샤먼의 역할은 자신의 식물의 영으로부터 받은 원자료를 치료법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캄파이족에서도 약초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아야후아스카를 통해서 트랜스 상태에 접어든 샤먼이 식물의 영으로부터 사용법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루나는 1980년대 초에 이키토스 인근의 아마존 도시에 거주하는 메스티소 샤먼들을 인터뷰했는데, 그중 한 명인 돈 셀소는 아야후아스카야말로 진정한 지식의 원천이기 때문에, 사실 이것만 있다면 샤먼조차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떤 의사들은 베게탈리스모[약초학]가 라 메디치나 데 스투디오[서양의학]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책을 통해서 배우지만, 우리는 이 액체[아야후아스카]를 마시고 단식을 하면 배울 수 있는 거죠.” 또다른 샤먼인 돈 호세 역시 자신의 지식은 모두 식물의 영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돈 알레한드로는 자신이 한때 식물의 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으며, 심지어 늙은 인디언 샤먼이었던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것을 능가했다고 말했다. 루나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영들은……환상과 꿈을 통해서 현현하며, 진단법, 식물 및 담배연기의 사용법, 환자로부터 질병을 빨아내거나 환자의 영을 되돌려놓는 법, 샤먼의 방어법과 먹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샤먼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이카로스, 즉 마법의 노래, 혹은 샤먼의 음악을 가르쳐준다.

 

아마존에서 이런 “식물 스승들”은 식물의 모습뿐만 아니라 동물(아야후아스카의 경우에는 보아뱀)이나 인간의 모습을 취하기도 하며, 마치 유럽의 요정처럼 “아름답고 강건한 외모를 지닌 작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식물 스승들은 그 외에 혼합종이나 반인반수의 모습으로도 나타나는데, 이들은 “인간 아버지와 인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한다.

아야후아스카는 식물 스승들이 사는 숨겨진 정보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매개체나 문의 역할을 한다. 아야후아스카 연구의 권위자인 히브리 대학교의 베니 샤논은 말한다.

 

(아마존의) 문화에서는 궁극적 현실에 대한 지식이나 모든 중요한 문화적 업적을 모두 이 액체의 덕분으로 돌린다……. 아야후아스카는 “지식으로 가는 유일한 길”로 간주된다. 이것을 복용함으로써 드러나는 세계는 “현실”로 간주되는 반면, 일반적인 현실세계는 “환상”으로 간주된다.

 

환각제 대신 트랜스 춤을 이용하는 남아프리카의 산족 부시먼 샤먼들 역시 자신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이른바 영과 만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체로 간주한다. 칼라하리의 샤먼 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장 뛰어난 의사는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조상들과 큰 신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새로운 노래와 춤, 그리고 치료법을 배운다. 그들은 어떤 병에 어떤 식물을 쓰고, 어떤 사람을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가르쳐준다.

 

또다른 부시먼 샤먼은 크가오 테미도 말한다.

 

춤을 추면 때로는 지하로 여행한다. 하늘로 가는 길과 땅으로 가는 길이 있다. 한 가지 길은 큰 신에게로 데려가고, 또 한 가지 길은 도로 데려온다. 하늘에 올라갔을 때 아래쪽 길을 보면……사람들이 모닥불 곁에 앉아 내 몸을 만질 수 있지만, 나는 거기 있지 않다. 나는 몸을 뒤에 남겨놓은 채 사라진다. 마치 하늘 위를 둥둥 떠가듯이……. 과거에서 온 사람들이 와서 나를 데려간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주고, 우리에게 더 큰 힘을 준다. 그들은 실제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은 또한 우리에게 “식물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학교에 온 서구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베니 샤논은 모두 130회 이상 아야후아스카를 복용한 바 있는데, 그는 이 체험을 이른바 “학교에 간 것”에 비유했다. 물론 선생도, 교과서도, 수업도 없었지만 분명히 그것을 위한 체계와 질서가 있었다. 교사는 바로 그 액체였고, 수업은 내가 약에 취해 있는 동안에 다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이루어졌다.

 

한번은 아야후아스카를 복용한 동안에 야행성 동물의 생태를 묘사하는 서로 다른 일련의 환각을 보았다.

 

각각의 환상마다 서로 다른 동물이 나타났다. 재규어, 재칼, 여러 가지 새들, 곤충과 그보다 더 작은 유기체들. 그때마다 나는 각각의 동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내 눈을 통해서 그 동물들이 무엇을 보는지 볼 수 있었다. 결국 그 환상들은 그 동물들의 행동을 가르쳐주는 수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샤논은 이처럼 수업식으로 벌어지는 환상을 자주 겪었다.

 

그 액체를 자주 복용하게 되면, 도취 상태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 우연이란 전무하다는 것을, 즉 각각의 사건에도 내적 논리와 질서가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치 그 액체 자체가 현명한 선생님이 되어 매번 무엇을 경험하고 배울지 결정하는 것만 같다.

 

샤논은 이후 조사를 통해서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이 환각제를 복용하러 아마존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중 유럽에서 온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기 몸속에 식물-존재가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 대상과 강력하고도 친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는 이 식물이 분명한 존재이며, 자신에게 지식을 전수해준다고 믿었다. 본인이야 몰랐겠지만, 이것은 곧 식물을 스승으로 간주하는 아마존 사람들의 개념과 유사했다.

 

1999년에 서양의 분자생물학자 세 사람이 아마존 여행 중에 페루의 한 샤먼과 함께 아야후아스카를 체험했다. 그중 두 사람은 “독립적인 존재”의 형상을 한 “식물 스승”을 만난 직후에 현실에 대한 자신들의 개념이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인간 게놈을 연구하는 미국인 생물학자였는데, 자신이 “DNA의 긴 선을 따라 날아가는 단백질의 관점에서 염색체를 바라보았다”면서, 그 환상으로부터 이른바 모든 인간의 유전자에서 발견되는 “CpG-섬(CpG island)”이라는 특정한 DNA 배열에 대한 가르침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프랜시스 크릭, LSD 그리고 이중나선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트립타민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5-하이드록시트립타민)은 환각제가 아니지만, 또다른 트립타민인 실로시빈은 환각제이다. 또다른 트립타민 계열의 환각제로는 내가 복용했던 아프리카 원산의 이보게인,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리세르그산디에틸아미드(Lysergic acid diethylamide), 즉 LSD가 있다. 그런가 하면 DNA가 생명을 구성하고 복제하는 신비로운 작용을 하는 데에 사용하는 주요 아미노산 중 하나는 트립토판(tryptophan)인데, 바로 이것에서부터 DMT를 비롯한 모든 트립타민 성분이 유래한다.

2004년 6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공동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 88세의 나이로 사망한 직후, 몇몇 타블로이드 신문에는 그의 삶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 가지 사건이 대서특필되었다. 즉 1950년대에 케임브리지의 캐번디시 연구소에 근무하던 시절, 그가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종종 LSD를 복용했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도 LSD는 합법적이었다.) 2004년 8월 8일자 「메일 온 선데이(The Mail on Sunday)」지에 따르면, 그는 심지어 1953년에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처음으로 인지한” 그 순간에도 LSD를 복용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혹시 LSD를 복용함으로써 기존의 선입견들로부터 자유로워진 다음, 이 약품의 트립타민 성분의 힘을 빌려 DNA 자체의 구조는 물론이고, “현명한 존재”들이 오래 전에 감춰놓은 우주의 비밀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일까?

-프랜시스 크릭과 DNA의 기원-

 

베니 샤논은 다음과 같은 우화를 들려준다.

 

하느님은 당신의 비밀을 안전한 장소에 숨겨두기를 원했다. “달에 숨길까?” 하지만 언젠가 인간이 그곳에 도달할 테니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깊은 바다에 숨길까?” 이번에도 역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문득 하느님은 해결책을 떠올렸다. “그것을 바로 인간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야겠군. 그래야만 거기 도달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테니까.”

 

결국 환각제 복용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비밀의 방문을 열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샤먼들 역시 아야후아스카를 복용하기 이전에 준비된 마음과 냉정한 머리가 있어야만 환각상태에서 얻는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프랜시스 크릭이 LSD를 복용한 상태에서 제임스 왓슨이며 모르스 윌킨스와 함께 DNA의 유전자 암호를 풀고 노벨상을 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준비된 마음과 냉정한 머리 덕분은 아니었을까. 이후 그는 과학계의 주류가 되었고, 그가 말하는 내용은 무엇이건, 심지어 영혼의 존재에 대한 부정까지도 모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는 1966년에 이렇게 썼다. “애초부터 이렇게 복잡한 메커니즘이 우연히 생겼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어쩌면 일단 그것의 어떤 원시적 형태가 먼저 시작되었으며,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쨌건 간에 시스템을 작동하게 하기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15년 동안 크릭은 자신의 어조를 완전히 바꾸었고, 1981년에 나온 『생명의 출현(Life Itself : Its Origin and Nature)』에서는 DNA가 “우연히” 생겼을 가능성은 결코 없으며, 오히려 생명과 진화의 씨앗이 외계 문명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을 상정하는 편이 더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즉 멸망을 목전에 둔 어느 외계 행성에서 자신들의 DNA를 박테리아 형태로 만든 다음, 자동항법장치가 설치된 우주선에 실어 쏘아올렸고, 그렇게 해서 지구에 도착한 박테리아가 이후 진화과정을 거쳐 지금처럼 의식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이 아니라 프랜시스 크릭의 생각이지만, 만약 우리의 DNA가 “지구상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DNA 안에 정말 어떤 “메시지”가 들어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들은 DNA 안에 자신들의 문화에 관해서 그때까지 축적된 모든 지식을 적어두었을지도 모르니까.

 

쓰레기장을 덮친 허리케인

 

지구의 생명체가 어느 먼 외계의 문명으로부터 온 DNA “씨앗”으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프랜시스 크릭의 가설은 흥미롭게도 인류학자 장 피에르 쇼뮤가 언급한 아야후아스카를 복용하는 아마존의 야구아 인디언 신화와도 유사하다. 이들에 따르면 태초에, 그러니까 이 땅이 생겨나기 이전에 우리의 조상들은 또 다른 땅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크릭은 자신의 가설을 “의도된 종자설(directed panspermia)”이라고 주장하는데, 흥미롭게도 천체물리학자인 프레드 호일 경 역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종자설을 주장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45억 년 전에 생겨난 지구는 이후 6억 년 동안 불덩이 상태로 유지되다가, 39억 년 전쯤에야 단단한 바위로 된 지표면을 가지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기권의 가스와 물속의 광물 분자 간의 우연한 조합으로 인해서 생겨난 일종의 “수프” 속에서 원시적인 생명체가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지지하는 설이다. 하지만 크릭을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은 “그렇게 해서 우연히 생명이 발생했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허리케인이 어느 쓰레기장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보니 우연히 보잉 707 여객기가 한 대 조립되어 있더라는 식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지표면이 불과 39억 년 전에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억 년 후인 38억 년 전에는 지구상에 박테리아 생명체가 다량으로 번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남아 있으며, 지금까지 발굴된 가장 오래된 박테리아 화석은 무려 34억 년 전의 것이라는 점 역시 이들의 주장에 무게를 더해준다.

 

원천의 암호

 

결국 생물학자인 크릭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DNA/RNA 체계가 “원시적이고, 화학적이고, 자생적인 체계로 된 수프 속에서” 그것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우연히 생겨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백질과 DNA라는 것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단백질 분자란 수천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거대 분자이다. 각각의 단백질은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모든 원자가 각기 제 위치에 있다. 각각의 단백질은 특유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지니며……이른바 “폴리펩티드 사슬”이……서로 이어지면서 아미노산이라는 작은 분자조합을 만든다……. 그중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아미노산은 20종에 불과하다……. 단백질이란 결국 20개의 철자로 쓴 문장이나 마찬가지이며, 그 성질은 그 철자의 배열순서에 따라 달라진다……. 동식물을 비롯해 미생물과 바이러스까지도 그 20개의 철자를 사용할 정도로……보편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은 모든 생물의 유래 당시부터 결정되지 않았나 싶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이어진 두 번째의 화학적 언어는 DNA와 RNA라는 핵산에 나타난다. 이들은 중합체라는 거대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4개의 화학적 요소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즉 RNA는 아데닌(A)과 시토신(C)과 구아닌(G)과 우라실(U), 그리고 DNA는 처음 3개에 티민(T)이 더해진 형태이다.

이 두 가지 중합체는 살아 있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모든 유전정보를 함유하고 있으며, 유전에서 근본적인 주형(鑄型)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DNA와 RNA의 기능 및 네 가지 염기성분은 모든 생물에게 공통적이며, 시기적으로도 4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가령 장내 박테리아인 대장균의 경우만 해도 단세포 동물이면서 총길이 0.5밀리미터에 달하는 DNA 중합체를 지니고 있으며, 가장 작은 박테리아인 미코플라스마 게니타리움(Mycoplasma genitalium)의 경우에도 유전자 암호는 무려 58만 글자나 된다. 인간의 경우에는 길이 2미터에 30억 글자나 되는 DNA가 인체의 각 세포마다 들어있다.

1960년대에 이루어진 생물학계의 가장 큰 진보는 바로 “유전물질을 구성하는 4개의 철자이며,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개의 철자와 관련된 일종의 모스 부호”인 유전암호를 알아낸 것이었다. 나아가 크릭은 단순히 4개의 철자를 배열하는 방식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생물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핵산은 4개의 철자로 구성되므로, 그 전체 가짓수는 모두 64개가 된다. 이것을 “코돈(Codon)”이라고 하는데, 그중 61개는 특정한 아미노산을 나타내며 나머지 3개는 “연쇄의 끄트머리(end chain)"를 나타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미노산 중에 세포가 단백질을 형성하는 데 실제로 사용되는 것은 20개에 불과하므로, 그 와중에서 일종의 “다의성(ambiguity)"이 발생하게 된다. 즉 서로 다른 코돈이 똑같은 아미노산을 위해서 암호화 되어 있는 것이다. DNA의 입자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다의성이 없이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은 2개, 즉 메티오닌(methionine)과 트립토판인데, 이중 트립토판은 바로 모든 트립타민 환각제의 원분자이기도 하다.

 

기적

 

결국 핵산과 단백질 모두가 없다면 이른바 지구 위에 생명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DNA에 포함된 지시사항이 없었다면 단백질이 합성될 수 없을 것이며, 단백질이 없었다면 DNA가 만들어지거나 자기복제를 할 수 없었을 테니, 이 둘 중 과연 누가 먼저냐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다.

크릭은 아미노산이 긴 사슬을 이루며 완벽한 단백질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우연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머지,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란 무려 10의 260제곱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계산했다. 현재 볼 수 있는 우주내의 모든 원자의 개수가 10의 80제곱 개임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 수 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이런 난점은 마찬가지이다. 인체의 모든 세포, 즉 바늘귀 크기의 1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세포안(그중에서도 핵)에는 폭이 10아톰, 길이가 2미터에 달하는 이중 DNA “리본”이 들어 있다. 비유하자면 길이 80킬로미터에 달하는 실을 구두상자 하나에 집어넣은 격이랄까. 2개의 똑같은 폴리머 리본이 마치 두 마리의 뱀처럼 서로 얽혀 있으며, 각각의 염기가 특정한 순서(A는 T와, C는 G와)를 이루어 배열되어 있다.

그런데 단백질 합성을 위한 암호는 세포의 DNA가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한 줄짜리 RNA 분자(“전령 RNA”)로 복제(“전사”)되는 과정을 거친다. 크릭은 “그러한 메커니즘이……동식물과 미생물 모두에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것이야말로 “단 한 번의 우연으로 생겨났다고 보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뭔가 단순한 것에서부터 그렇게 진화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진화의 증거를 찾을 수는 없으며, 또한 무신론자인 크릭으로서는 “생명의 기원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처럼 보이는 까닭은, 그런 일이 가능하려면, 너무나도 많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크릭이야 초자연의 존재를 믿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그는 4개의 철자로 된 DNA의 “언어”나 20개의 철자로 된 단백질의 “언어”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이어주는 메커니즘이 그야말로 우연에 의해서 생겨났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먼저 그것을 “만들었다”고 가정한 것이다.

 

생명의 음악을 녹음하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인 박테리아부터 현대의 인류에 이르기까지 약 35억 년간 공통적으로 지속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DNA 구조를 이루는 자기 번식하는 “녹음 테이프”의 존재이다. 실제로 DNA는 여러 면에서 1960년대부터 사용되던 비닐 테이프와 유사하며, 다만 그 위에 끝없이 갱신 가능한 생명의 음악이 녹음되어 있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성장으로 인해서 세포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세포는 분열 직전에 자신의 DNA를 모두 복제하기 때문에, 새로 생긴 세포에도 똑같은 DNA가 들어 있게 된다. DNA 중에서도 활성화되는 것은 극히 적은 일부분에 불과하지만……각 세포마다 완전한 DNA를 하나씩 제공한다는 것이야말로, 비록 DNA 복제가 무수히 반복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매우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DNA 리본에 적힌 암호 중 상당수는 거의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고 “꺼진” 상태로 남아 있다.

 

눈[眼]의 역할을 하는 세포의 경우에는 오로지 눈 세포의 성장을 위해서 프로그램된 유전자만을 이용한다. 그런데 그 세포가 과연 어떻게 스스로가 어떤 기관에 속했는지를 “아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적기 때문에, 향후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DNA의 대부분이 평소에는 “꺼진” 상태로 있고 일부만 기능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인 듯하며, 유전자 내에서도 특정한 단백질을 합성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염기는 전체의 단 1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약 3퍼센트를 제외한 “인체 내 대다수(약 97퍼센트)의 DNA는 우리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과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방대한 양의 불필요한 “정크DNA”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연구가 시도되었고, 일부 과학자들은 사실 이 무용지물 DNA가 오히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나는 그 무용지물에 정보가 기록된 방식에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프의 메시지

 

모든 인간의 언어에는 한 가지 공통되는 비밀이 있는데, 이것을 1939년에 이런 현상을 처음 발견한 언어학자 조지 지프의 이름을 따서 지프의 법칙(Zipf's Law)이라고 부른다. 그는 세계 각국의 언어 중에서도 가장 자주 사용되는 어휘를 순위별로 집계해서 순위 대 빈도수의 그래프를 작성해본 결과, “모든 언어에서 -1의 기울기를 지닌 직선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수만 단어로 이루어진 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빈도수 1위) 단어가 1만 번 나온다면, 열 번째로 자주 나오는(빈도수 10위) 단어는 1,000번, 백 번째로 자주 나오는 단어는 100번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세부사항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일컬어 “지프의 법칙”이라고 한다.

보다 더 기이한 사실도 있다. 1990년대 중반에 보스턴 대학교와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자들은 각각 5만 개의 염기쌍을 지닌 DNA 서열(sequence) 37개를 비롯해서, 이보다 적은 염기쌍을 지닌 것 2개, 그리고 이보다 많은 220만 개의 염기쌍을 지닌 것 1개를 조사했는데, 가능한 한 암호화(coding) 부분과 비(非)암호화(non-coding) 부분 모두를 조사했다. 그 결과 모든 서열 내에 3, 4, 5, 6, 7, 그리고 7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단어”에 해당하는 것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 “단어”에 해당하는 것의 빈도수를 확인해본 결과, 암호화 부분은 오히려 지프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이 부분이 언어라기보다는 오히려 특정 단백질의 합성을 위한 암호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 실험을 주도한 유진 스탠리는 “암호화 부분에는 문법이라는 것이 없다. 각각의 코돈(염기쌍)은 특정한 아미노산(단백질)에 대응했고, 그 외의 다른 구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스탠리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비암호화 부분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즉 DNA에서 비암호화 부분을 조사해본 결과, 그곳의 “단어”빈도수는 지프의 법칙을 정확히 따랐던 것이다. 결국 이 부분의 임의대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유전자 내의 암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구조적인 언어”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단백질을 합성하는 기능은 없지만 “그 ‘정크DNA'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또다른 정보이론가인 클로드 섀넌이 1950년에 개발한, 이른바 특정 단어의 “반복성”을 측정함으로써 무작위로 나열된 철자 속에 내포된 진짜 텍스트를 식별하는 방법으로도 확증되었다. 이러한 측정법의 원리는 “언어는 반복적인 서열이며……주위의 단어를 통해서 오타를 식별할 수 있다. 이에 반해서 무작위의 서열에는 반복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유전자 암호는 반복적인 서열이 아니므로, 그 결과로 하나의 유전자에 있는 단 하나의 염기쌍에 오류가 생겨나면 심각한 비정상을 촉발할 수도 있다. 반면 DNA의 비(非)암호화 부분에서는 “놀랄 만큼 높은 반복성이 나타났고, 이것이야말로 누군가가 이를 의도적으로 썼다는 또다른 증거”이다.

결국 이른바 “정크DNA”의 화학적 “기록”은 단순히 “언어의 특징을 모두” 지닌 것뿐만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실제로 인간의 언어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나는 2005년 6월에 유진 스탠리 교수에게 연락을 취해, 그가 1994년에 확인한 이 놀라운 발견을 여전히 확신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당연히 확신하죠! 이는 결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라고 확언했다.

 

고대 익명의 저자

 

이처럼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DNA의 긴 서열은 우리의 가장 오래된 공통의 조상인 단세포 박테리아부터 현생인류에 달하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에게 공통된 것이며, 인간과 원시 유기체, 혹은 하등동물 사이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통점이 많다.

가령 2003년 12월에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에서는 아크로포라 밀레포라(Acropora millepora)라는 산호초의 DNA 서열 1,300개를 연구해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500개에 달하는 암호화 및 비(非)암호화 서열은 인간에게서도 똑같이 발견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2004년에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쥐와 인간이 5,000만 년 전에 이미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 둘의 비(非)암호화 DNA 서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기절할 만큼 놀랐다.” 당시 연구팀을 이끌던 데이비드 호슬러 교수는 말한 다. “이제 과학계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궁극적인 보존요소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무척이나 신기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앞서 스탠리가 언급한 것처럼 우리 DNA의 97퍼센트 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그것을 썼을까? 어떤 신이나 영일까, 아니면 무신론자인 크릭의 주장처럼 어느 외계 문명이 그랬던 것일까?

 

우리 안의 스승들

 

앞서 살펴보았던 스트라스먼의 DMT 실험에서 상당수의 체험들이 “DNA의 실” 혹은 “DNA의 나선”을 봤다고 언급한 것처럼, 환각제를 사용한 서구인들 중 상당수가 DNA의 이중나선과 유사한 환각을 보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1961년에 서구인으로는 최초로 아마존에서 아야후아스카 의식에 참가했던 미국의 인류학자 마이클 하너는 마치 용 같은 생물체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 생물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지구 위에 생명을 창조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의도는 다양한 형태 속에 숨어버림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위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동식물의 창조와 분화 과정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했다. 따라서 그 용 같은 생물체들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 속에 들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인간을 비롯한 온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용기(用器)이자 종(僕)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내 속에서 내게 말을 걸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생물체들의 모습은 바로 DNA를 닮았다. 물론 1961년 당시에만 해도 나야 DNA가 뭔지 전혀 몰랐지만 말이다.

 

1990년에 아야후아스카를 복용한 제레미 나비 역시 비슷한 체험을 했다.

 

갑자기 15미터는 되는 커다란 보아 뱀이 나타났다. 나는 겁에 질렸다. 거대한 뱀을 앞에 두고, 두 눈을 감은 상황에서, 갑자기 현란하고 밝은 불빛이 나타나더니. 몽롱한 상황에서 뱀들이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내가 단지 인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위의 두 가지 증언과 크릭의 의도된 종자설 사이에 드러나는 공통점을 요약하자면, 결국 인류의 제어체계는 지구상의 것이 아니며, 형태상으로는 뱀과 유사하고, 현재 우리 안에 존재하며, 우리보다도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크릭은 이를 외계에서 유래한 이중나선이라고 불렀고, 하너는 이것을 용처럼 생긴 생물체라고 불렀다. 나비는 DNA의 이중나선이 “뒤얽힌 두 마리 뱀”과 유사하다고 하면서, 그것은 “지구 어디에서도 이루어진 적이 없는 고도의 기술”이라고 말했으며, 이후 『우주뱀=DNA』라는 저서에서 DNA에는 우리가 변성의식상태에서만 접할 수 있는 어떤 지적인 메시지가 암호화되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학자와 인류학자들이 DNA의 비밀을 깨닫게 된 것이나, 아마존의 샤먼들이 아야후아스카의 효력을 깨닫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우리의 DNA가 어떤 기술의 산물이라면, 그 제작자들로서는 DNA 안에 암호를 넣어두는 것이야말로 어떤 메시지를 후세에 남기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을 달리 말하자면, 고대에 인류의 스승이었던 자들이 우리 모두의 안에 들어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변성의식상태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