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의 슬픈 소식
벌써 두 분째다.
봄이 오고 그동안 여러가지 징후로 보아
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민1세대들이 한분 두분 세상을 뜨고 있다.
한분 한분의 삶이 보통삶이 아니기에
수십년 타향살이에서 자녀들을 모두 장성시키고
미국에 갓 이민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 대접하며
첫 걸음에 길라잡이 하시던 할아버지,
가시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아 가족들에게 오랜 병치레를 시키시다
호스피스를 위해 너싱홈에 입원하시고 얼마 안되어
부음이 들려왔다.
안과에 가시는 그 분을 차에 태워 간 인연으로,
의사를 모시고 방문하여 통역해주던 인연으로
그 분을 두어번 뵈었기에 남다른 감회가 어린다.
그 긴 타향살이에도 원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오신 모습대로
순하고 착하게 보이는 눈빛, 어린아기로 돌아간 듯한 걸음걸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멀리하고 기어코 떠나셨다.
갑자기 현재 돌봐드리는 노인들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한마디 한마디-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어떻게할지
한달내내 울고 다니는 건 아닌지 아직도 내 마음에 대한 두려움부터 앞선다.
지금 모두들 준비들을 하고 계시기에
그 마음이 어떠실까 짐작해보면서
나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계획해본다.
아직도 세상살이에 대한 미련이 많은 사람들은
노인들과 매일 만나고 병원을 모시고 다니고
기운없는 환자들과 얘기하다보면
성격에도 이상이 오는 것 아닌가 묻는다.
예전같으면 나도 그랬겠지만 이상하게도 담담하다.
슬픈 것과 마음이 닫히거나 우울해진는 것은 다르니까
자신의 죽음조차 두려움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데
타인의 죽음이 새삼스러울 리는 없다.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고 세상에 대한 책임을 다 하고 난뒤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두려울 것이 무엔가.
암이 다른 장기로 퍼져 이제 힘들다는 진단을 받은 분이
여전히 주면분들의 걱정을 하고 다른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계신다.
죽음이 왜 두렵냐며 다들 때가 되어 가는데
조금 더 일찍 간다고 서러워할 것 없다며
오히려 다른 사람을 위로하신다.
죽음을 생각하며 우울해 하는 사람과
덤덤한 사람의 차이는 뭘까
이미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일것이다.
또 한분 암으로 가실 날을 알고 계시던 할머니가 지난 주 돌아가셨다.
그렇게도 침착하게 주변을 정리하시고는
너싱홈으로 들어가셨다.
대부분의 할머니가 너싱홈에 간다는 것은
죽음을 맞이하러 가시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세상과 하직하고 들어간 곳
그래서 그 곳의 노인들은 양지쪽에서 휠체어위에 앉아
하루종일 졸고계신단다.
한국음식도 없고 외국인간호사들이 영어로 돌보는 곳
입에 맞을 리 없는 음식때문에라도
더 사시지못한다고 한다
한인들이 많은 뉴저지나 엘에이같은 곳에는
한인들이 많아 외롭지 않다고 그곳으로 가는 분도 있다.
혼자 외로워도 아파트에서 먹고싶은 것 먹고 자유롭게 살다가
돌아가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시는 분도 많다
적어도 자신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키는 분들은
그렇게 가실 기회가 주어진다.
자신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하신 분-치매에 걸리거나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양로원이 존재한다.
아직은 가까이 졸봐드리던 분들이 아니기에
실감이 안나지만 매일 만나던 분이 떠나실까봐
늘 가슴이 조마조마한다.
그리고 그 분들과 죽음을 연결시키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느 날 새벽 전화가 통화중인 것이 수상해
잠에서 번뜩 깨어 할아버지네 아파트로 달려갔다.
문앞에서 두드리며 할아버지가 누구세요 할 때까지
몇 초동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살아계신 것을 보고,얼마나 놀란 줄 아시냐고
소리를 치니까, 태연스레 사람이 그리 쉽게 죽느냐고
힘도들이지 않고 말씀하신다.
삶과 죽음의 경계-그 곳을 매일 넘나들면서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되집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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