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서천군자원봉사센터 소장, 서천군사회복지협의회장, 야학 '늘푸른배움터' 교장, 서천군푸드마켓과 푸드뱅크 점장, 사단법인 청소년문화마당 '봄' 대표이사…
이 외에도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 관련법인 등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항상 이웃과 지역을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박노찬씨(45)를 보면 과연 서천의 사회복지 代父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대학시절을 제외하고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역을 떠나본 적이 없는 서천 토박이다.
지난 90년 군산대 무역학과를 나와 경영인의 길을 걸어가야 했지만 80년대 암울한 시대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말았다.
그의 말대로 사육신의 한 분인 박팽년 선조(先祖)의 피를 이어받아서일까? 결국 독재정권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총학생회 활동과 전북지역 대학생협의회 활동 등을 통해 데모를 주도하다가 수배를 당하고 결국 옥고를 치러야하는 시대적인 아픔을 겪었다.
졸업 이후 그는 사실 사회복지 분야와 먼 거리를 두고 살아왔던 사람이다.
한 때 친형의 부도로 옥살이를 대신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일간지 신문기자를 거쳐 지역신문을 창간해 편집국장직을 역임하고, 핵폐기장 대책위원장, 국가대안사업 추진위원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활동을 전개했던 사람.
이런 과정을 통해 어쩌면 그는 이웃과 지역의 소중함을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의 필요함을 구체화시켜나갔을지도 모를일이다.
"대학시절 당당했던 내가 가족의 사업부도로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 나를 다시 일으킨 것은 내 지역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과 느낌이 어쩌면 사회복지에 대한 중요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는 어느덧 조용한 눈빛과 나직한 어조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만의 독특한 웃음의 깊이는 그만큼 깊은 시련과 아픔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일까?
대학시절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웠던 그의 의식과 사회 초년생으로 많은 아픔을 감당하며 살아야 했던 그였기에 어쩌면 이웃과 지역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불태우고 싶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그런 초심을 지키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는 지역 곳곳의 복지현장을 누비며 뒤늦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열정을 보인 탓인지 이제는 서천지역 뿐만 아니라 충남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 전국자원봉사센터협의회 이사 등 전국 자원봉사계에서도 알아주는 인물이 됐고 얼마 전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복지현장은 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들을 도운 것이 아니라 그분들을 통해 오히려 제가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닥친 시련을 통해 삶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말이 있듯 박노찬씨는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때론 웃고 때론 함께 아파하며 울면서 오늘날 서천 사회복지의 대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득 그동안 다양한 복지현장에서의 경험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무언지 궁금해 물으니 야학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배움의 기회를 잃었던 분들이 늦게나마 공부를 시작해 대학까지 들어가 원하던 것을 전공하고, 70~80세의 어머님들이 한글을 깨우쳐 감사편지를 보낼 때, 함께 졸업식장에서 모두가 펑펑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가슴 뭉클한 감동은 분명 한 사람의 소중한 추억에 머물지 않고 우리 모두의 가슴에 전해져 지역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그가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푸드마켓'사업이다.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이른바 '복지형 슈퍼마켓'.
후원체계를 통해 먹거리와 생필품 등을 마련해 놓고 가져가게 할 수 있는 푸드마켓은 클라이언트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이 모두를 후원에 의존한다는 것이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푸드마켓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현시키고 어려운 사람끼리도 품앗이 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사업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긴급한 생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푸드마켓은 또 어떻게 지역사회에 더 많이 이바지하는 사업으로 발전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그렇다. 이웃과 함께 한다는 것,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것은 한사람 또는 제도권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이고 실천했을 때 우리 서천이 참 행복하고 살 맛나는 고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노찬 소장은 오늘도 그 날을 위해 뛰고 있다.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그의 소박한 꿈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길 함께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