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걸 하게 인생은 짧다네”
한겨레 | 기사입력 2008.12.20 16:01
[한겨레] [매거진 esc] 박찬일의 '요리사 주세페 인터뷰'
시칠리아 음식 알려 큰 상 받았지만
세계적 불황 바람은 시골 식당에도 쌩쌩
주세페, 즉 주세페 바로네는 1960년 쥐띠다. 이탈리아, 하고도 겁나 먼 시칠리아, 그것도 가장 남단의 조그만 시골 식당의 주방장이다. 중학교 1학년인 큰딸 카를라와 5학년짜리 둘째딸 프란체스카, 아내 마리아와 오순도순 살고 있다. 그의 주특기는 말 안 듣는 요리사 냉장고에 가두기, 필자 같은 뜨내기 요리사에게 하루종일 멸치 손질 시키기 같은 것이다. 필자는 그의 이런 황당한 소림사식 수련 과정(?)을 견뎌냈다. 멸치뿐 아니라, 새우 한 상자, 버섯 열 상자 손질 같은 기본적인 일이 요리사의 시작이라고 강조하면서 노동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데 귀재다.
성당 가서 기도하는 공산당 지지자
화를 잘 내지만, 뒤끝은 없다. 워낙 이상한 요리를 해서 이탈리아 안에서도 관심 인물. 초콜릿을 파스타와 고기 요리에 넣는가 하면, 사라져 가는 시칠리아 전통 요리를 꿋꿋하게 재현하여 상도 많이 받았다. 불같은 성격이어서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시칠리아 깡촌에는 보기 드물게 토스카나의 유명 도시 피사(Pisa) 대학을 졸업했다.
전공은 고고인류학으로 졸업 후 에티오피아의 유적지를 샌들 한 켤레와 침낭 하나 메고 돌아다닌 바 있는 진짜 고고학자다. 한국처럼 이탈리아도 교수 자리가 턱도 없어서 낙심 중, 유명한 요리사였던 어머니의 급서거로 낙향해서 식당을 물려받았다. 공산당원이었던 선친이 전당대회를 하러 밀라노에 갈 때 따라갔던 것이 어린 시절의 첫 대도시 체험이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지지자지만 성당에 들르면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아 약간 '나이롱'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어깨와 등에 통증을 달고 산다. 필자가 한국의 한의사에게서 지어 가지고 간 한약이 효험이 있었는지, 전화만 하면 더 보내 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두어 해 전에 큰 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후유증이 있다.
그는 아시아에 아주 관심이 많다. 서재에는 < 음양이론 > 이란 책도 있다. 필자를 만나기 전에는 일본에 주로 관심이 있었지만, 이젠 한국에 더 관심이 많은 척한다. 요리 재료와 요리법에 흥미가 있어, 한국의 식재료와 시장(노량진 등)을 설명해 주면 온몸을 떨며 흥분한다. 된장을 빵에 발라 먹기도 한다. 된장은 한국이 최고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가 그에게 메주 한 덩이와 공포의 청국장을 보내 주시라.
그는 비록 시골 식당 주인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꽤 유명한 요리사다. 특히 초콜릿으로 만드는 각종 요리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콜릿 요리만 모은 요리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의 식당 '파토리아 델레 토리'(Fattoria delle Torri)는 시칠리아 토속요리를 "프로그레시브하게 해석"(현지 언론의 평가)해서 주목받고 있다. 필자는 1999년 견습생 자격으로 그의 식당에서 일했고, 그때의 체험을 모아 지금 〈esc〉에 '박찬일의 시칠리아 태양의 요리'를 집필 중이다.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찬일(이하 박) :
로베르토다. 잘 지냈나?(로베르토는 당시 필자의 현지 이름)
주세페(이하 주) :
맘마 미아!(맙소사!) 반갑다. 쏘루(필자의 딸 이름 솔우를 그는 이렇게 불렀다)는 잘 있나?
박 :
요새 한국 경제 상황이 어렵다. 그곳은 어떤가?
주 :
엉망이다. 미국에서 온 위기에 온 세계가 비슷하다. 한국은 어떤가?
박 :
이 바쁜 시간에 전화를 다 받고… 손님이 없나 보지?
주 :
그렇다. 요리사도 별로 없다. 많이 그만뒀다. 내가 서빙도 하고 요리도 한다. 하하.
박 :
지난가을에 토리노에는 갔다 왔나.(토리노는 세계적인 행사인 슬로푸드 대회가 격년으로 열리는 곳이다. 그는 이 행사의 '테라 마드레'(어머니의 땅이란 뜻으로 요리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요리사를 뽑아 격려하는 행사)에 주인공으로 나서기도 했다.)
주 :
그렇다. 아주 인상적인 행사였다. 한국 기자도 왔나?
아이들에게 요리 가르칠 때 가장 행복해
박 :
그렇다. <한겨레>가 참석했다. 슬로푸드 회장인 카를로 페트리니도 인터뷰했다.
주 :
오~ 카를로. 그는 내 친구다.
박 :
한국에 당신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 무척 인기가 좋다.
주 :
소설을 쓰고 있는 건 아니겠지? 농담이다. 무척 흥분되는 일이다.
박 :
올 한 해 가장 행복했던 건 뭔가?
주 :
음…. 상을 받은 거다. 특히 올해는 시칠리아 와인과 음식을 알리는 데 내가 애를 많이 썼다. 로마에서 올해 시칠리아 와인과 음식을 잘 알리고 있다는 공으로 상을 받았다.(그가 받은 상은 한국에도 유명한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IS)에서 주는 거다. 이 협회는 매년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을 뽑아 발표하는데, 한국에서도 미국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의 점수만큼이나 영향력이 있다. 포도송이의 개수로 와인을 평가한다.)
박 :
그게 전부인가?
주 :
아니다. 4월에 베로나에서 열린 비니탈리(Vinitaly,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박람회. 한국도 매년 수십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제적 행사)에서 시칠리아 와인과 음식을 세계 기자단에 선보였다. 270명의 음식을 해냈다. 특히 내가 잘하는 초콜릿으로 만드는 요리가 인기 있었다. 초콜릿은 디저트에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던 많은 이들이 파스타와 고기 요리에 쓰이는 초콜릿을 신기해했다.
박 :
한국의 독자들은 당신이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궁금해한다.
주 :
요리 안 할 때다.(웃음) 농담이고…. 역시 손님이 많을 때지.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좋다.(그는 시칠리아의 요리협회에 관여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심이다. 아이들이 지역의 요리를 배우고 먹으면서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전수하고, 노동의 신성함을 익힌다고 그는 믿는다. 인스턴트 음식이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무너뜨리고, 건강도 버린다는 걸 그는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치즈·와인·파스타를 가르치는 행사에 꼭 참석해서 기꺼이 강사를 한다. 그는 또 모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식당에서 매년 '여성의 날' 행사를 치르는 건 그런 의도다.)
박 :
올해 가장 황당했던 일은 뭐였나?
주 :
손님이 확 준 거다. 지금 유럽은 심각하다. 이러다 다 파산할 거다. 연말에도 예약이 없다.
박 :
<미슐랭 가이드> 별은 받았나? 한국 사람들도 <미슐랭 가이드> 별에 관심이 많다. 몇몇 호사가들은 외국의 <미슐랭 가이드> 식당을 순회하기도 한다.
주 :
난 별로 맘에 안 든다. 우리 식당은 포크 두 개 정도 받는다. <미슐랭 가이드>보다는 이탈리아의 식당평가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더 중요하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 맛보다 다른 요소들에 후한 점수를 준다. 시칠리아 시골에서 그런 걸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미슐랭 가이드>는 별 하나, 별 둘, 별 셋 순으로 등급을 매기며, 별 하나 밑에는 포크가 최고 다섯 개까지 부여된다. 포크를 하나라도 받은 식당이라면 맛 하나는 보장한다는 뜻이다. 필자가 있던 1999년에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그는 포크 하나를 받았다. 하나가 올라간 모양인데 그는 시큰둥하다. 어차피 별을 받을 것도 아니니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박 :
한국은 오고 싶지 않나? 내가 돈이 없어서 초청을 못한다.
주 :
꼭 가고 싶다. 안 그래도 내년에는 어떻게든 가봐야겠다. 내 아내가 불교신자 아닌가. 불교가 흥한 곳이라니 더욱 가보고 싶다.(그의 아내는 일본에서 유래된 불교신자다. 필자가 짧은 언어로 한국의 대승불교와 선의 우월성을 설명했는데,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 오면 국제선원이 있는 화계사에 데리고 가볼까 한다. 기회가 되면 지리산에 있는 작은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도 해보고 말이다.)
박 :
한국의 소금을 좀 부쳤다. 요리에 써보고 평가해 달라.
주 :
한국 바닷소금이 좋다는 얘기는 네게 처음 들었다. 네가 스코틀랜드산보다 더 좋다고 하는데 맛 좀 보자. 만약 그렇게 좋은 소금이라면 세계적인 상품이 된다.
박 :
한국의 증도라는 섬에서 나는 천일염이다. 품질은 최고인데 값은 아주 싸다. 스코틀랜드 소금의 100분의 1도 안 한다.
서해안 천일염 유럽에 팔면 대박 나겠네
주 :
거짓말 마라. 그렇게 쌀 수 없다. 사실이라면 그거 무역해라. 떼돈 번다.(필자는 한국의 서해안 소금을 좋아한다. 요리에 기막힌 맛을 준다. 외국은 소금의 품질을 매우 다양화하고, 고급화시켜 비싸게 판다. 정말 100g에 수십만원짜리도 있다. 한국의 서해안 천일염은 유럽에서 유명한 스코틀랜드산이나 트라파니(풍차가 있는 시칠리아 소금 생산지역으로 풍광이 멋있어서 한국의 광고에도 나왔다)산과 비길 만한 품질이다. 그러나 가격은 정말 수십분의 1에서 수백분의 1밖에 안 한다. 누가 이 소금 좀 세계에 소개해 달라. 돈 벌 거다. 요리사의 혀를 걸고 보증한다.)
박 :
한국의 독자들에게 인사 좀 해라.
주 :
로베르토가 나를 소개한다니 겁난다. 그의 음식은 먹지 마라. 엉터리다.(웃음) 진짜 시칠리아 음식은 내가 한국에 가서 보여주마. <한겨레>는 좋은 신문이라니 나를 초청해 달라.(웃음) 모두 건강하고 내년에는 당신이 원하는 걸 해라. 인생은 짧다.
정리 박찬일/요리사
〈esc〉 독자를 위한 요리사 주세페의 비밀 레시피
주세페 주방장이 〈esc〉 독자들을 위해 자신이 개발한 요리법을 귀띔했다.
카카오와 오징어 먹물 소스의 오징어찜(4인분)
재료 :
오징어 작은 것 2마리, 빵가루 100g, 아몬드 10개, 방울토마토 4개, 토마토 퓌레 또는 소스 40g, 마늘 4개, 다크 초콜릿 20g(가급적 설탕이 적게 든 것. 72% 이상), 시판용 오징어 먹물 1작은술, 화이트와인 반 컵, 파슬리 가루 약간, 올리브유, 후추
요리법
1. 오징어는 자르지 말고 내장을 꺼낸 후 잘 손질하여 껍질을 벗긴다.
2. 다크 초콜릿은 중탕으로 녹인 후 오징어 먹물과 섞어 둔다.
3. 빵가루에 아몬드 다진 것, 토마토 퓌레, 파슬리 다진 것, 올리브유 서너 큰술을 넣어 속을 만든다.
4. 오징어 안에 3을 채워 넣는다. 끝을 산적꽂이 등으로 잘 봉한다.
5.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달군 뒤 마늘을 으깨어 볶는다.
6. 마늘이 익으면 오징어를 조심스럽게 익힌다. 앞뒤로 뒤집어 구운 뒤 색깔이 나면 화이트와인을 뿌리고 알코올을 날린다.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뚜껑을 덮어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한다. 오븐이 있다면 200도에서 5분 익힌다.
7. 팬에서 오징어를 꺼내 따뜻하게 보관하고, 그 국물에 2를 넣어 졸여 소스를 만든다.
8. 뜨거운 물에 데쳐 껍질 벗긴 방울토마토를 곁들이고 후추를 친 뒤 올리브유를 조금 뿌리고 사진처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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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음식 알려 큰 상 받았지만
세계적 불황 바람은 시골 식당에도 쌩쌩
성당 가서 기도하는 공산당 지지자
화를 잘 내지만, 뒤끝은 없다. 워낙 이상한 요리를 해서 이탈리아 안에서도 관심 인물. 초콜릿을 파스타와 고기 요리에 넣는가 하면, 사라져 가는 시칠리아 전통 요리를 꿋꿋하게 재현하여 상도 많이 받았다. 불같은 성격이어서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시칠리아 깡촌에는 보기 드물게 토스카나의 유명 도시 피사(Pisa) 대학을 졸업했다.
전공은 고고인류학으로 졸업 후 에티오피아의 유적지를 샌들 한 켤레와 침낭 하나 메고 돌아다닌 바 있는 진짜 고고학자다. 한국처럼 이탈리아도 교수 자리가 턱도 없어서 낙심 중, 유명한 요리사였던 어머니의 급서거로 낙향해서 식당을 물려받았다. 공산당원이었던 선친이 전당대회를 하러 밀라노에 갈 때 따라갔던 것이 어린 시절의 첫 대도시 체험이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지지자지만 성당에 들르면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아 약간 '나이롱'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어깨와 등에 통증을 달고 산다. 필자가 한국의 한의사에게서 지어 가지고 간 한약이 효험이 있었는지, 전화만 하면 더 보내 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두어 해 전에 큰 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후유증이 있다.
그는 아시아에 아주 관심이 많다. 서재에는 < 음양이론 > 이란 책도 있다. 필자를 만나기 전에는 일본에 주로 관심이 있었지만, 이젠 한국에 더 관심이 많은 척한다. 요리 재료와 요리법에 흥미가 있어, 한국의 식재료와 시장(노량진 등)을 설명해 주면 온몸을 떨며 흥분한다. 된장을 빵에 발라 먹기도 한다. 된장은 한국이 최고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가 그에게 메주 한 덩이와 공포의 청국장을 보내 주시라.
그는 비록 시골 식당 주인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꽤 유명한 요리사다. 특히 초콜릿으로 만드는 각종 요리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콜릿 요리만 모은 요리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의 식당 '파토리아 델레 토리'(Fattoria delle Torri)는 시칠리아 토속요리를 "프로그레시브하게 해석"(현지 언론의 평가)해서 주목받고 있다. 필자는 1999년 견습생 자격으로 그의 식당에서 일했고, 그때의 체험을 모아 지금 〈esc〉에 '박찬일의 시칠리아 태양의 요리'를 집필 중이다.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찬일(이하 박) :
로베르토다. 잘 지냈나?(로베르토는 당시 필자의 현지 이름)
주세페(이하 주) :
맘마 미아!(맙소사!) 반갑다. 쏘루(필자의 딸 이름 솔우를 그는 이렇게 불렀다)는 잘 있나?
박 :
요새 한국 경제 상황이 어렵다. 그곳은 어떤가?
주 :
엉망이다. 미국에서 온 위기에 온 세계가 비슷하다. 한국은 어떤가?
박 :
이 바쁜 시간에 전화를 다 받고… 손님이 없나 보지?
주 :
그렇다. 요리사도 별로 없다. 많이 그만뒀다. 내가 서빙도 하고 요리도 한다. 하하.
박 :
지난가을에 토리노에는 갔다 왔나.(토리노는 세계적인 행사인 슬로푸드 대회가 격년으로 열리는 곳이다. 그는 이 행사의 '테라 마드레'(어머니의 땅이란 뜻으로 요리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요리사를 뽑아 격려하는 행사)에 주인공으로 나서기도 했다.)
주 :
그렇다. 아주 인상적인 행사였다. 한국 기자도 왔나?
아이들에게 요리 가르칠 때 가장 행복해
박 :
그렇다. <한겨레>가 참석했다. 슬로푸드 회장인 카를로 페트리니도 인터뷰했다.
주 :
오~ 카를로. 그는 내 친구다.
박 :
한국에 당신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 무척 인기가 좋다.
주 :
소설을 쓰고 있는 건 아니겠지? 농담이다. 무척 흥분되는 일이다.
박 :
올 한 해 가장 행복했던 건 뭔가?
주 :
음…. 상을 받은 거다. 특히 올해는 시칠리아 와인과 음식을 알리는 데 내가 애를 많이 썼다. 로마에서 올해 시칠리아 와인과 음식을 잘 알리고 있다는 공으로 상을 받았다.(그가 받은 상은 한국에도 유명한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IS)에서 주는 거다. 이 협회는 매년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을 뽑아 발표하는데, 한국에서도 미국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의 점수만큼이나 영향력이 있다. 포도송이의 개수로 와인을 평가한다.)
박 :
그게 전부인가?
주 :
아니다. 4월에 베로나에서 열린 비니탈리(Vinitaly,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박람회. 한국도 매년 수십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제적 행사)에서 시칠리아 와인과 음식을 세계 기자단에 선보였다. 270명의 음식을 해냈다. 특히 내가 잘하는 초콜릿으로 만드는 요리가 인기 있었다. 초콜릿은 디저트에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던 많은 이들이 파스타와 고기 요리에 쓰이는 초콜릿을 신기해했다.
박 :
한국의 독자들은 당신이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궁금해한다.
주 :
요리 안 할 때다.(웃음) 농담이고…. 역시 손님이 많을 때지.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좋다.(그는 시칠리아의 요리협회에 관여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심이다. 아이들이 지역의 요리를 배우고 먹으면서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전수하고, 노동의 신성함을 익힌다고 그는 믿는다. 인스턴트 음식이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무너뜨리고, 건강도 버린다는 걸 그는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치즈·와인·파스타를 가르치는 행사에 꼭 참석해서 기꺼이 강사를 한다. 그는 또 모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식당에서 매년 '여성의 날' 행사를 치르는 건 그런 의도다.)
박 :
올해 가장 황당했던 일은 뭐였나?
주 :
손님이 확 준 거다. 지금 유럽은 심각하다. 이러다 다 파산할 거다. 연말에도 예약이 없다.
박 :
<미슐랭 가이드> 별은 받았나? 한국 사람들도 <미슐랭 가이드> 별에 관심이 많다. 몇몇 호사가들은 외국의 <미슐랭 가이드> 식당을 순회하기도 한다.
주 :
난 별로 맘에 안 든다. 우리 식당은 포크 두 개 정도 받는다. <미슐랭 가이드>보다는 이탈리아의 식당평가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더 중요하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 맛보다 다른 요소들에 후한 점수를 준다. 시칠리아 시골에서 그런 걸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미슐랭 가이드>는 별 하나, 별 둘, 별 셋 순으로 등급을 매기며, 별 하나 밑에는 포크가 최고 다섯 개까지 부여된다. 포크를 하나라도 받은 식당이라면 맛 하나는 보장한다는 뜻이다. 필자가 있던 1999년에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그는 포크 하나를 받았다. 하나가 올라간 모양인데 그는 시큰둥하다. 어차피 별을 받을 것도 아니니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박 :
한국은 오고 싶지 않나? 내가 돈이 없어서 초청을 못한다.
주 :
꼭 가고 싶다. 안 그래도 내년에는 어떻게든 가봐야겠다. 내 아내가 불교신자 아닌가. 불교가 흥한 곳이라니 더욱 가보고 싶다.(그의 아내는 일본에서 유래된 불교신자다. 필자가 짧은 언어로 한국의 대승불교와 선의 우월성을 설명했는데,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 오면 국제선원이 있는 화계사에 데리고 가볼까 한다. 기회가 되면 지리산에 있는 작은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도 해보고 말이다.)
박 :
한국의 소금을 좀 부쳤다. 요리에 써보고 평가해 달라.
주 :
한국 바닷소금이 좋다는 얘기는 네게 처음 들었다. 네가 스코틀랜드산보다 더 좋다고 하는데 맛 좀 보자. 만약 그렇게 좋은 소금이라면 세계적인 상품이 된다.
박 :
한국의 증도라는 섬에서 나는 천일염이다. 품질은 최고인데 값은 아주 싸다. 스코틀랜드 소금의 100분의 1도 안 한다.
서해안 천일염 유럽에 팔면 대박 나겠네
주 :
거짓말 마라. 그렇게 쌀 수 없다. 사실이라면 그거 무역해라. 떼돈 번다.(필자는 한국의 서해안 소금을 좋아한다. 요리에 기막힌 맛을 준다. 외국은 소금의 품질을 매우 다양화하고, 고급화시켜 비싸게 판다. 정말 100g에 수십만원짜리도 있다. 한국의 서해안 천일염은 유럽에서 유명한 스코틀랜드산이나 트라파니(풍차가 있는 시칠리아 소금 생산지역으로 풍광이 멋있어서 한국의 광고에도 나왔다)산과 비길 만한 품질이다. 그러나 가격은 정말 수십분의 1에서 수백분의 1밖에 안 한다. 누가 이 소금 좀 세계에 소개해 달라. 돈 벌 거다. 요리사의 혀를 걸고 보증한다.)
박 :
한국의 독자들에게 인사 좀 해라.
주 :
로베르토가 나를 소개한다니 겁난다. 그의 음식은 먹지 마라. 엉터리다.(웃음) 진짜 시칠리아 음식은 내가 한국에 가서 보여주마. <한겨레>는 좋은 신문이라니 나를 초청해 달라.(웃음) 모두 건강하고 내년에는 당신이 원하는 걸 해라. 인생은 짧다.
정리 박찬일/요리사
〈esc〉 독자를 위한 요리사 주세페의 비밀 레시피
주세페 주방장이 〈esc〉 독자들을 위해 자신이 개발한 요리법을 귀띔했다.
카카오와 오징어 먹물 소스의 오징어찜(4인분)
재료 :
오징어 작은 것 2마리, 빵가루 100g, 아몬드 10개, 방울토마토 4개, 토마토 퓌레 또는 소스 40g, 마늘 4개, 다크 초콜릿 20g(가급적 설탕이 적게 든 것. 72% 이상), 시판용 오징어 먹물 1작은술, 화이트와인 반 컵, 파슬리 가루 약간, 올리브유, 후추
요리법
1. 오징어는 자르지 말고 내장을 꺼낸 후 잘 손질하여 껍질을 벗긴다.
2. 다크 초콜릿은 중탕으로 녹인 후 오징어 먹물과 섞어 둔다.
3. 빵가루에 아몬드 다진 것, 토마토 퓌레, 파슬리 다진 것, 올리브유 서너 큰술을 넣어 속을 만든다.
4. 오징어 안에 3을 채워 넣는다. 끝을 산적꽂이 등으로 잘 봉한다.
5.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달군 뒤 마늘을 으깨어 볶는다.
6. 마늘이 익으면 오징어를 조심스럽게 익힌다. 앞뒤로 뒤집어 구운 뒤 색깔이 나면 화이트와인을 뿌리고 알코올을 날린다.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뚜껑을 덮어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한다. 오븐이 있다면 200도에서 5분 익힌다.
7. 팬에서 오징어를 꺼내 따뜻하게 보관하고, 그 국물에 2를 넣어 졸여 소스를 만든다.
8. 뜨거운 물에 데쳐 껍질 벗긴 방울토마토를 곁들이고 후추를 친 뒤 올리브유를 조금 뿌리고 사진처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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