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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헬렌의 전화영어 2008. 12. 3. 23:25

                             밖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20년전,한국은 해외여행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아직 나라가 가난한데 외화를 유출하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린 학생들의 견학여행부터 전세계로 공부하러 조국을 떠나는 유학생들 ,아줌마들의 계모임 ,중년 남자들의 골프여행 ,시민권따기 위한 산모들의 원정출산, 기업인들의 잦은 해외출장,유치원생, 중고교생들의 수학여행,대학생들의 어학연수,심지어 산골할머니들의  패키지 여행단등, 세계곳곳에서 한국 사람과 마주친다.

 

  옛날 해외여행이 금지된 그 때 ,남편의 해외출장 때  동행해 유럽을 돌다보면 각국의 호텔및 관광지에서 얼굴이 하얀 일본의 20대 여자들을 자주 만난다. 이제 최근 10여년 동안 급격하게 늘어난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때의 일본사람들을 연상케 한다.외모로 볼 때 아주 귀티가 나고 고급옷을 입고 있다.

그 때만 해도 스위스의 융프라우 산꼭대기에서도 동양인을 만나면 어김없이 일본인들뿐이었고, 폼페이의 화산 유적지에서도 고급 옷차림의 다수의 중년 일본인들과 마주치고는 했다.

 그 때 이미 알프스의 융프라우에는 일본인 소유의 얼음동굴이 많은 관광객들에게 탄성을 자아내는 조각들과 정교한 동굴내부를 공개하고 있었다.

 

  우린 가끔 일본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교하곤 한다.

일본은 나라는 부자이나 개인은 가난하고, 한국인은 개인은 부자인데 나라는 가난하다고 한다. 일본인들의 집이나 사고,행동등은 한국인들이 무시할 정도로 소심하고 작고 ,우리 나라사람들처럼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아 놀림거리가 되곤 했다.

  한국사람들은 어떤가, 88올림픽이 끝나고 ,세계적인 잔치를 치른 나라답게 온 국민은 이제 곧 모두 잘 살게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 흥청망청거리기 시작했다.물론 지금의 중국처럼 모든 나라의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한국에 포진되어 외화도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다.

 정부도 규제나 지도없이 방심하는 사이, 금방 부자나 된 듯 온 국민들이 고급옷에 명품가방,최고급 자동차을 사들이기 시작하고,어느 누구도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 않고 고학력자들조차 그 대열에 합세해 온 나라는 고기굽고 샴페인을 매일 밤 터뜨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슬슬 해외여행규제도 풀어주고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도 적당히 눈감아주며 ,국민들이 비위를 맞추었다.

그러다가 IMF가 왔다. 전 나라가 소리없는 통곡으로 뒤덮히고, 장롱속의 아기 돌반지,14금 목걸이까지도 나라를 살리겠다고 종이 쪽지 한장 받고 은행에 갖다 맡겼다.

그 때 알거지가 된 사람들이 아직도 전 세계를 떠돌며 재기해 보겠다고 관망을 하지만 빈 몸으로 재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겠는가.

 

 지금 밖에서 한국을 바라보면 다시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중소기업을 하던 중년의 가장을 잃고 세 식구가 편견없는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빈 몸으로 고국을 등져야 했다.,한국의 너무 빠른 샴페인의 가장 중심에서 그 거품을 뒤집어 쓴 우리의 젊디 젊은 남자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한 헛물만 켠 사업가라는 오명을 쓰고 세상을 등졌다.

다른 사람의 세배이상 발을 동동구르면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던 아내도 패배자의 아내라는 오명을 쓰고  고국을 떠나왔다.

 물론 샴페인을 미리 터뜨리는 남편을 말리지 못한 책임도 절감한다.때늦은 후회로 엄청나게 닥쳐온 불행을 만회하기에 너무 많은 고통과 질곡의 세월이 있었다.

 

  세계가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졌다.

다지고 다져서 틀림없는 길만 밟겠다는 사람은 소심하고  못난 사람취급을 하는 나라, 아무리 덕망이 있고 사람다운 생각을 하며 소신껏 자기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사람을 못났다고 비웃는 나라,

시골의 할머니들마저 돈 잘버는 자식만 최고로 생각하고, 자신들에게 돈을 남겨주지 못하는 부모는 무시해도 좋다고 은연중에 암시하는 사회풍조,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명품을 걸치기 위해 회사돈을 횡령하고 자기봉급의 몇 배나 되는 명품을 걸치고 의기양양하게 활보하면서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

뚜렷한 좌표를 제시해주는 어른이 없는 나라에 사는 젊은이들이 많이 위험해보인다.

 

  물론 편견일 수도 있다.

그런 소용돌이에서 꿋꿋이 자기일에 충실하고, 남들이 어떤 생각을 하건 자기가 목표한 바를 성실히 한발한발 다가가는 젊은이와 중년의 사업가들을 만나보고 아직 그런 사람이 더 많이 전국 곳곳에 숨어있기를 기대하며 그들이 나라의 중심이 되어 이끌고 큰소리로 젊은이들을 훈계할 수 있는 사회풍조를 기대한다.

그래서 나라가 다시 그 때로 돌아가지 않기를 기원한다.

  작게는 개인이, 크게는 나라전체가 아주 견실해져서 전 세계가 불황으로 요동을 해도 끄덕하지 않을만큼 튼튼해졌으면 좋겠다.주위의 모든 이 들이 모이기만 하면 나라를 걱정한다.

 

  또 다시 국민들을 나라밖에서 눈치보며 떠도는 방랑자를 만들 것인가,

위정자가 좀 더 맑아졌으면 좋겠다.

자기 가족만 자손대대로 잘 먹고 잘 살려는 사람이 아닌,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작게는 개인이, 크게는 나라전체가 아주 견실해져서 전 세계가 불황으로 요동을 해도 끄덕하지 않을만큼 튼튼해졌으면 좋겠다.지금  모든 이 들이 모이기만 하면 나라를 걱정한다

그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