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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랑굿 / 김초혜 1~60

헬렌의 전화영어 2015. 6. 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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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 김초혜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은

알면서도 모르는 채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火焰)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2.
우리도 섞어서
울리어 보자
이지러진 마음일랑
홀로 버리고
울릴 듯한 울릴 듯한
징이나 되어서
마음껏 그대나
그리워 하자

그대 보려는
발돋움으로
돌이 되어도
용솟음으로
엉클어지는
숨결이 되자

시작도 끝도 없이
천역살로 온 그대
헤어지기도 하면서
만나기도 하면서
끝까지 이렇게 걸어가 보자.

 


3.
잊어버리자 해도
여러해살이 종기처럼
전신 발열을 일으키는
시들지 않는
나의 전체

그대 허락지 않은 땅에
피로 거른 눈물로
꽃을 피우는
헛된 영혼의 나들이

너는 나의 칼
원하면 원할수록
치사량(致死量)의 피가 흐르고
가면 가는 만큼
물러서는 그대
살아 못하면
죽어 하리라는
순백으 눈물도 되는
나의 가엾음.


4.
나는 너에게
누가 알면 큰일나는
겹도록 감추어 둔
비밀이고 싶다

종일을 숨어
그대 생각해도
마음 한금 건드리지 못하고
가난하고 약해지는
뚝 뚝 눈물이 되는 버릇

남은 살 몇 점
더 태워
뼈인 발목 절룩이며
울고 섰는데
거울 앞에 서지 않는
너의 피곤한 미혹(迷惑)

그대
숨막히는 냉정함의
절대한 그리움을
주저앉히진 못할지라도
가거든 아니오기를.

 


5.
모른 체하는
사람 옆에서
목숨 하나
진실히 울고 있다

보이지 않음인지
못 본 체했음인지
시침을 떼도
끝이 없는 빛줄기를
지울 길 없어

마음을 달래어
허울로 온 것을
밀어도 다가서려는
진실이라 믿으마

얼굴도 심장도 없네
성한 모습 무너진 것
부끄런 줄 모르고
어쩌다 선연한 눈물이라

당신이 찾을 때까지는
먼 등불로
비밀한 늑골 하나
숨이 차도
모른 채 있으마.


6.
제가 저를 괴롭히는
마음이라는 것
목도 조이고
혀도 되어서
죄의 큰 그물을 엮어
뿌리를 먼저
삭게 한다

자르고 베어도
잊힐 리야 없을
그대 향한
나의 마음
어둠인 듯 감추었다가
흔들림 없게
크게 빛내이고 싶다

태울 듯 불 붙을 듯
멍에 멘 마음에
그대 넘나들지 마시고
더러 생각나거들랑
가다가 멈추어 서서
못 잊는 내 허물
탓하지나 마시라.

 


7.
갇히어도 가리
열락(悅樂)인 너에게
내 생의 제일로
깨끗한 날
수식 대신
걸망한 누더기 걸치고
외쪽발인 체
단숨에 달아가리

집착 않고
이별 없이
서로 비쳐
함께 적시는
둥지 만들리

허공에 피어
열매 맺지 않고
한 발자국도 오지 않으며
내게 무너져 오는
혹시나 그대.


8.
그대 만남이
어두운 시간의
빛이었다면

나만 혼자 알고 있는
그대 마음을
가슴에 묻어서
등불 만들고

불멸로 지은
오막집
옳은 듯 빗나간 듯
기둥 세우고

부러진 축(軸)을
가질 수도
버리지도 못해
무릎을 꿇으며
연습은 고만.

 


9.
내가 먼저 사랑한 사람
먼저 잊게 해주오

목까지 자란 그리움을
거짓말처럼 잘라낸 후
이제 남루를 벗고 싶으오

그대 도리질의 이유는
헤아려도 추측할 길 없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리라면
없어져 그리움이고 싶으오

끝내 분할이 안 되어
내 몫이 없을
불꽃이라면
뼈가 운대도
비겨 잊으리다

그대여
기침과 심술은 그만
하나의 별만을 빛나게 할
꽃등(燈)을 켜들고
남몰래 숨어서
몇 천 겁(天劫)을.


10.
내 한숨 바람 되어
그대 목에 감기어들면
그게 난 줄 알아
모른 체 비켜 주요

살을 베어 살을
벌지 못하듯
물이 피가 될 리 없겠지마는
잊은 마음 전혀 없어
바람이려오

몇 천 년을 살려고
그대 나의
기쁨이어서는
아니 되오

허리 묶인
홍사(紅絲) 풀어내고
나도 그대의
꽃이 되고 싶으오

돌을 심어 싹이 나도
아니 오시겠오
바람 불면
멀어 있는
달로 오시게.


 

11.
그대
물음표 투성이의
가슴을 가르고 들어가
생 빛 한 줄기
찾으려 했네

얼굴도 눈도 없이
허공만 숨어 사는
그대 몸 전체에서
거듭되는 어제를 지켜보며
동행할 빛을 잃었네

몇 번이나 헛짚은 그대
흠집이 많은 얼굴을
망설임 없이 물리치며
새로 낯설어지네

난파된 목숨 짐짓 가지고
돌아서면
돌아오는 그대
문득 궁금해지면
분장하지 말고 오게.

 


12.
빗장을 풀어
한 꿈을 모조리 내보내고
나를 동여매던 벌(罰)을 풀고
빛처럼 살아 보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연분이 있거들랑
태워 버리고
풀어졌던 살들을
돌아오게 하여
현(絃)을 울리게 하자

부러진 허리를
곧추세우고
죽었던 살을 깨워
뿌리를 돋게 하자

일제히 깨어난 빛이
허공에 걸린
불붙은 머리칼을
베어 버릴 것이다

피멍을 닦아내고
늑골에 고인
자멸(自滅)을 지져내며
푸른 살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며 사는 거다.


13.
서로 잊으려
켜지 않는 불

잡혀지지 않는 것
붙잡지 않으면서
어쩌려고
얼굴엔
얼룩을 짓나

하나의 눈짓을
다른 눈짓으로
베어 내려는
눈부신 어지럼증

가난한 울음 말고
조그만 웃음 되어
그대
마음에 뜨는
달이고 싶다.

 


14.
날을 수 없는
날개를 가지고
날개인 줄 알고
그대에게 간다

마음은 마르고
말라서 갈라진 채로
허물어지며 있어도
그대 웃음이 비치면
대번에
물이 흐른다

평탄을 버려
거친 길이 열린
되풀이의 길
나를 잃으며
네게 가야 되는
시험엔
눈물이란 답이.


15.
그대 소유하지 않은 것
소유하려는 데에
피곤은 가혹해지고

집착 없는
집착의 징조가
의식하지 않는
무의식의 흐느낌이
아파서
깨지는 거울

네게 가까이 가려면
불 속에서 떨고
얼음 속에 불타야 하고
그대에게 가지 않으면
천지도 생겨나
만월(滿月)로 뜰 수가 있고.

 


16.
불 속에서 태워지면서
고독마저 없어지고
행할 것과
행해서는 안될 것이
어떤 건지도
어둡게 되고

끝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시작되는
아린 사랑을
도로 불 속에 던지며
화상으로 완성되는
어리석음이게 하소서.


17.
가장 큰 모습은
형태가 없듯
보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참 많이 어디에나
있는 그대
발돋움은
오래 서지 못하는
비뚠 길인데
생각만으로도
바로 서지 못하는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딘가.

 


18.
점을 쳐 괘를 푸니
욕심따라 성급히
서둘지 말고
마음을 정히 닦아
푸닥거리나 하라한다

오늘 하루 마음대로
너를 사랑해
만남 지옥 헤어짐 지옥
질끈 묶어서
모든 지옥
구석구석 잊어나 보란다

불 갖추고 못한 사랑
장생불사 오만 잡귀야
귀신놀음은 고만
간도 피도 다 말리고
말릴 게 없어
말릴 게 없어
형벌하며 하는 말
푸닥거리나 하라한다.


19.
피어서는 안될 꽃이
피는것은 눈물이오
그대 의해 피워지는
꽃이라면 갈증이오

모순을 증거할 수 없어
병들고 잠들다가
내가 나를 견뎌내
이제야 그대가 보이오

목마른 내게
불만 주는데도
모순은 반짝임처럼
사랑이 되오

땅은 땅밖에 모르듯이
다른 형상의 모습 말고
그대 내 시가되어
남아 있어야 하오

 


20.
가면서 남긴
너의 목소리
칭칭 나를 동여매도
끄르지 않고
남겨두는 뜻은
뼈를 울리고
살을 울려
언 땅에 나를 묻은
너를 만나기 위해

결박을 조여
누구도 풀 수 없이
꽁꽁 묶이인
이대로 하늘 밖으로
가고 싶은 뜻은
네가 없고 내가 상실되어
마음대로 소생하며
네게 이르기 위해.


21.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 쓰러지고
다시 네 앞에 일어나
쓰러지고
불시에 불구(不具)가 되어
눈물이사
그대 내 살 속에
풀어 놓은 징벌

우리 목숨의 분량은
얼마나 남았나
건강한 매무새로
모두 퍼낸 다음
떠밀리는 물결이 아니게
꽃배를 타고 싶다

다감(多感)을 사루어 버린
지금은 작별의 때
새롭게 감기는
밧줄을 끊고
출항을 하련다

떠나 보내며
어쩌면 외로울지 모르는
나의 그대여
날으는 새가 되어
그때 만나자.


22.
너는 나의 그물이다
내 자신이 잘 보일 때
무섭고 겁날 때는
빛 낡은
의지도 걸리고
곤비(困憊)함도 걸린다

나는 너의
가난한 부분이다
무슨 설레임이
우리 둘 사이를
가난하게 만들었나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입도 없는 채

너는 나의 변증법이다
포박된 줄을 끊으면
사랑도 되고
미움도 되고
단단한 미지수도 되면서
끝내
의문부로 남는다

나는 너의 영혼이다
뼈가 흙이 되고
살이 물이 되어
의지가 흐려져도
너의 눈에
깨끗한 꽃으로
다시 맑아 흐르마.


23.
우리도 섞어서
울리어보자
어지러진 마음일랑
이내 버리고
울릴 듯한 울릴 듯한
징이나 되어서
마음껏 그대나
그리워하자

그대 보려는
발돋움으로
돌이 되어도
용솟음으로
엉클어지는
숨결이 되자

시작도 끝도 없이
천역살로 온 그대
헤어지기도 하면서
만나기도 하면서
끝까지 이렇게 걸어가 보자


24.
나는 너를
언제나 오역(誤譯)한다
혀를 감아 버리고
말을 잊고 싶다

지침(指針)을 뽑아내고
너는 언제부터
나의 무게가
되었느냐

벌(罰)을 상(賞)으로
선택하여
겪어내면서
갈망한다

누구도
예감(豫感)할 수 없는
어려운 악보를 준
그대를.


25.
너와 내가 합쳐서
하나의 별이 되자
아무도 못 보게
억만 광년 빛으로
반짝거림이 되자

입이 메어지도록
고통이 들어차도
변덕부림 없이
나뉘인 육신을
서로 잡아 주자

제일로 가까운
첫번째의 별에
집을 짓고 맹목을 심어
태양도 여기에선
휘어지게 하자

아무 것도 못 아는
무재주를 사랑하며
차 있으나 넘쳐 흐르지 않는
순한 불이 되자.


26.
나는 너를
언제나 오역(誤譯)한다
혀를 감아버리고
말을 잊고 싶다
지침(指針)을 뽑아내고
너는 언제부터
나의 무게가
되었느냐
벌(罰)을 상(賞)으로
선택하여
겪어내면서
갈망한다
누구도
예감(豫感)할 수 없는
어려운 악보를 준
그대를


27.
충실한 얼굴이었던
어제가
바람에 날려
넝마 되었고
억지를 부려보아도
마음은 칼날을
닮지 못해
부어오르는 고통
하늘도 진(盡)해버릴
변덕스런 마음은
감정의 흠 속에 숨어
톱니를 만들고
노여워짐이
무가치함임을 알고
불투성이가 되어
녹아 내린다


28.
분칠한 그대 얼굴에
분칠하지 않은 내 얼굴이
포개질 때
꿈인 듯 가졌던 그대를
잃을까 겁나
허물어진 날
나의 주제(主題)가 되어
거짓으로라도 감추어다오
그대 지닌 허물을

쓴 것도 쓴 줄 모르고
거절도 거절로 모른 채
반(半)은 타며
반은 식으며
전폐된 의지를 깨우지 못하는
나는 너의 어릿광대
그대 역겹게 하는
어리석은 불꽃을
용납치 않으며
진실을 허위로 바꾸어
잊지 못해 떠나 본다.


29.
손금에 나타난
사주팔자엔
아무 사연
어떤 까닭도 없건만
젖은 형틀을 메고
가파른 길을 간다

흐르게 두어라
뛰다가 서면
넘어지듯이
막으면 넘치는
사랑법을
흐르게 두자

내가 울어 보낸
핏물 하나
그대 가슴에
질척이는 눈물 말고
별이 되어
빛나고 싶다.


30.
바다는 비를
다시 받아들여도
넘치지 않고
흙은
물을 마시어도
물이 아니어듯
눈 먼 영혼을 가진 그대여
나의 헌납을
속박없이 받으시라

나의 오감(五感)은
그대에게 가는 빛을
막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도
새롭게 접목되며
너로 가득차 있다
무엇으로 바꾸지 않을
나의 오욕(汚辱)을
아름답게 견뎌내며
묶인 채 자전(自轉)하리라. 

 

31.
멀어서 있는 그대
그대는
시작이고 끝이다.

끝과 시작은
언제나 내게 머물러
일어서게 하고
허물어지게 하고,

그대
나를 위해 울어 준다면
해도 지지 않고
달도 뜨지 않는다.

눈도 아니고 혀도 아닌
너의 암시는
내게 악성(惡性)만 자라게 해
하루에 밤을 두 번 있게 한다.

새벽이 두 번 있는
하루를 기다리며
사랑 없이 사랑하리라.


32.
이제 마음을 얘기하지 않으리
사랑으로 사랑을 벗어나고
미움으로 미움을 벗어나리
죽어 묻히는 날까지
그대 떠난다 해도
마음속에 살게 하리
끝없는 불이 되어
재까지 태우며
던졌던 생명을 거두어
천천히 빛나게 하리
갈망하지 않고 꿈꾸면서
혼자서 가져보는 그대
고운 병 만들어 앓으며
짓궂은 그대 허위
벗기지 않으리


33.
생명의 중간쯤에서
낯선 죄를 만나게 되었다
혀가 겹쳐져서
말을 발견하지 못하고
친근하나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너를 본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인 너
복합체의 성정을 지닌 네가
전과 달라야 되는데
다름이 없어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피차에 아주
낯설은 사람이 되자

서로를 위한 것이
서로에게
칼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죽은 흙이 되자


34.
백 개의 뼈마디를
여섯 개의 내장을
열고 보아도
물(物)로만 있는 것
모르는 것 아니어도
어찌하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고
부어도 넘치지 않는
너로 하여 느는 괴롬
해결 되지 않는
사슬은 매어
무엇하리

원근(遠近)을 잊은
너와 나의 사이에
바람이 불어도
혼백은 섞이어
해를 향해 솟기도 하고
달을 향해 숨기도 하리니


35.
백 개의 뼈마디를
여섯 개의 내장을
열고 보아도
물(物)로만 있는 것
모르는 것 아니어도
어찌하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고
부어도 넘치지 않는
너로 하여 느는 괴롬
해결되지 않는
사슬은 매어
무엇하리

원근(遠近)을 잊는
너와 나의 사이에
바람이 불어도
혼백은 섞이어
해를 향해 솟기도 하고
달을 향해 숨기도 하리니.


36.
꿈속에서는
현실과 만나
울어버리고
현실에서는
꿈을 만나
미망(迷妄)에 속고

무엇이 될 수 없는
속수무책을 피해
돛도 없이
돛대도 없이
거꾸로 가라앉아
멀리 갈수록
네게 이르고

살아 있음과
죽음의
구별이 없을
백년 뒤에나
무상의 기쁨으로
함께 빛나자


37.
그대 어디로 가는가
어둠에서도 빛을 나눌
다사로움 마련했으니
정화(淨化)의 불 속에서
새로 태어납시다

엇갈려 감겨 있는
여러 생각 풀어버리고
만나면 우리
백치가 됩시다

눈물은 물리고
탈은 벗어버리고
아무 데서나
서로 향해 오는
등불이 됩시다

속된 일에
고달프지 말고
더러는 우둔하면서
세속 밖의
꿈을 꿉시다


38.
나만 흐르고
너는 흐르지 않아도
나는 흘러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흐르다 만나는
아무데서나
빛을 키워 되얻는
너의 모습

생각이 어지러우면
너를 놓아버리고
생각이 자면
네게 가까이 가
몇개의 바다를
가슴에 포갠다


39.
네게 줄수록
내게 더 많이
쌓이는 불
불은 불로 끄고
물은 물로 막고
나도 없고
너도 없게
그대의 모습으로
나를 지운다

네게 보낸
꽃보다 타는 눈짓은
몸체의 바퀴를
떨어져 나가게 하고
하늘의 뜻이라
죄를 기르며
나를 달랜다.


40.
물이어라

이룬 것 없는 듯
이루는

너를 잠기게 할 수 있고
네 속에 들 수 있는

죽어도 딴 마음
가질 줄 모르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머물게 하는

나를 잃지 않으면
너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물이어라.


41.
하늘에
해가 하나이듯
물 흐르는 도리에
두 가지가 없어라

그대로가 하나이어
마음에
두 길을 내지 못하고
짧은 생명에 갇히어
내 영혼은 울어라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채
어지러움을 견디며
세월을 돌려 놓아도
눈먼 돌 속에
아득히 있는 그대.


42.
얼굴을 돌려도
그림자는 남듯
그대 떠난대도
그리움 되일어
날마다 반기오

멀어지지도
다가오지도 않으며
한숨과 웃음을 지니고
가던 길로
돌아오는 그대

죽음은
몸과 마음을 갈라놓지만
그대와 나
죽음도 건너
뿌리 없어도
꽃을 피우리.


43.
오늘은 강물이
무슨 일로
한밤내
울고 있는가

흔들리며
웅얼웅얼
어떤 추억을
우는 것인가

달도 쉬어가고
그리움도 쉬어가는
월유봉(月留峯)에
분꽃은 수줍은데

건드리면 눈물이 될
마음을 안고
그대에게
가야 하리
불이 꺼져도.


44.
그대 길 떠나면
나는 길이 되고
밤으로 그대 오면
나는 달이 되리

빈 자리 마련하고
충족에 있기보다
남루만 가지려
목숨 빛나는데

그대 내게
중심없는 혼란 주어
시간 밖에서
시간 안에서
마음이 잃어지면

가로놓인
설운 산을 무너뜨리고
아무래도 나는
떠나야 할까 보다.


45.
그대 바람이어도
흔들리지 않으리
내가 될 수 없는 나를
안으로 숨겼것만

내게로 오면
빛이 되는
그대
넉넉한 웃음소리

가까이 와도
멀기만 더한
먼데 있는 그대를
가득 울고 있는데

어리석음으로
다하지 못한
어리석은 이
못 떠나면 어이하리오.


46.
얼굴 속의 얼굴을 보여다오
백 번을 거듭나도
그대 하나
태우지 못해
숨어 우는 뜻
어찌하랴

세속도 어기고
진실도 버리며
사정없이 추운
나의 눈먼 이치가
어찌 그대 허물이랴

매일의 죽음 속에서
살아나는 나의 꽃은
그대 얼룩지게 하지만
어둠에선
어둠만 살 듯
사랑에선 사랑만 남음에랴.


47.
불타 버려도
옮겨 붙어
다시 타서
차마 못 타도

불이 되어
불도 태워
사루어 주고

물이 되어
불로 태워
사루어 주고

물이 되어
물로 식혀
씻어 주시고

물에도 젖지 않는
뿌리를 내리시고
불에도 뜨겁잖은
근거를 주시어

잊어질 때까지
모습을 상하지 않게 해
형체를 지키어
잠들어 꿈꾸게 하소서.


48.
다르다 하면
하나로 되고
간다고 보면
거리가 있어지는
그대
누구시오

가깝이 있을 땐
가까이 못 가고
멀리 있을 땐
멀어 못 가
맘 졸이며
그대신가 기다리고

잊지도 않고
구하지도 못하며
네 속에 네가  도
내 속에 내가 숨어도
감추어지지 않는
사랑이란 말
차마 쓰기 어려워
더디게 울어 보내오.


49.
입으로 보내고
마음으로 놓지 못하는
괴로움의 덩이

네게 가는 마음
머무르거나
그치지 않고
버려질 모습으로
녹고 있고

사랑도 저를 먼저 해치고
마음도 저를 먼저 해치니
그대 건너
다시는 미혹하지 않으로

오래지 않아
돌아가리니
몸은 헐고
마음은 떠나가고
잠깐 머무는데
무엇을 울게 하리.


50.
높고 멀게
담을 쳐도
나는
불어나며 넘쳐
네게 이른다

얽어 묶어도
만나면 갈리는 줄
알고 알아도

놓아 버리고
풀어 가고
벗어나지 못해
흔들리도
멀미를 한다

생명으로
지우지 못할
너의 모습
꼭 한 번
마음대로 젖게하라.


51.
내 모양을
내가 부수고
마음의 때 씻어내
뜻을 풀어
괴로움과 멀게 하소서

어리석음에 얽혀
어두움에 들어도
세상 습관을 잊으며
하루라도
마음을 쉬게 하소서

어제는 연기로
날려 보내고
거듭 몸살을 앓으며
새로운 나를 낳게 하소서.


52.
그대에게 가는 길이
저승에서도
더 먼 길인 걸
모르는 것 아니어요

들키지 않을
눈짓만
넉넉한 그대 이마에
얹어 놓고

서 있는 이 자리가
어둡고 험해도
노래할 테요

일찍이 가졌던 것
모두 버리고
타지 않으며
그대 곁에 머무를 것이어요.


53.
그대 있기에
이 봄을
버릴 수가 없으니
꽃도 아파라

살이 아파하는 소리
뼈가 못 들은 채
이대도록 반나절
갈피를 못잡고

나 못 들은 체
그대 못 들은 체
눈물도 가두고
기쁨도 가두고

잊어버리자
허리 꺾어
내려 누르는
이 머언 뜻을.


54.
더운데로 추운대로
새순을
피우는
그대 또 그대

물되어 간 나를
불되어 간 나를
용서하라
그대여

이대로 말라서
물이 되지 않는 살을
타다가 이대로
불이되지 않는 뼈를
그대여
무정(無情)하게 흐르게 하라

돌아서 가건
돌아와 서건
모르는 체 그대여
그렇게 맑으라.


55.
몸이 있어
병이 있듯
그대 있기에
설움 있네

물을 묶지 못하듯
그때나 이제나
더하지도
덜하지도 못한
이 마음
끝끝내 못 묶어
일렁이노니

참말로 사랑 아니거든
서지도
오지도 말고
저만치 뒤에서
잡아나 주어
구김없이 흐르도록
도와 주소서.


56.
그대에게 얽매이면
두려움 일어
마음 태우거늘
그대에게서 벗어나면
잠시라도
기쁨 있어
번뇌의 불꽃 스러지네
진심도 괴로움도 끊고
이제는
그리움도 만나지 않으며
마음을 굴리어
하늘을 닮으면
못난 생각
잠깐도 나지 않아
고통에서 고통으로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리.


57.
잊었노라 함은
잊히지 않았다는 것이고
벗어났다 함은
결박을 말하는 것이리

바람의 발은 붙들어도
그대 붙들 수 없어
무너져도
못 무너지는 마음
어찌해
애닯지 아니하리

미혹이 진실인 줄 알아
한 생각을 잘못하면
모든 것 떠나기니
뿌리를 파내어
서로를 버리는 일
마땅히 없이 하리.


58.
낮에도 밤에도
줄어드는 모습이지만
마음으로 삭이면
죽은 나무에서도
꽃은 핀다

서로 갈려
떠나가도
햇빛 따라
다시 피어
어둠에서 밝음으로 흐르고

그대 변하는
형상 따라
이 마음
움직이지 않는 것 아니니
매어 묶지 않아도 되리

세상에 살면서
세상일에
묻히지 않으면
바다 속에서
흙도 디딜 수 있으리.


59.
달은 날마다
둥글어
다시 이지러 지고

한 달내
제마음 길들이며
편해진 심사
이렇게 어두운
어질병을 일으키고

서른 밤 변해도
둥글어지듯
아픔으로
어리석음으로
얼기설기 얼어도
그대 불로 켜지는
그리움이리.


60.
그대 곁
머물데 없어도
마음의 집착
덜어내면
세상 가득
걸림 없어
그대 곁에
이를 수 있으리

아픔의 형태가
다른 모습으로
커와도
세상과 다른 쪽으로
돌아누워
제일로 맑은 넋
자랑하며
서로 새로워지리.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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