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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꼴찌남` 이성빈 씨의 이유 있는 반란

헬렌의 전화영어 2010. 7. 31. 22:48

`서울대 꼴찌남` 이성빈 씨의 이유 있는 반란
스펙보단 창의력 길러 성공 꿈꿔요
포스터 부착ㆍ모델ㆍ소풍 인솔교사… 다양한 체험 성취감 엄청나
"인생까지 꼴찌남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04학번 이성빈 씨는 교내외에서 괴짜 중의 괴짜로 통한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씨 머릿속은 `사고칠 일`로만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건방지게` "세계 최고 부자가 되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얼마 전 이 학생은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울대 꼴찌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학사경고 2번에 시험은 제대로 본 적도 없단다. 아예 "학교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빽빽하게 채워진 자신의 스케줄 표를 보여준다. 각종 봉사활동과 아르바이트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표에는 `공부` 항목도 있다. 학과 공부가 아니라 꿈을 위한 공부라고 한다. 영어회화와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컴퓨터 공부는 군 제대 이후 꾸준히 하고 있단다.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동반자 사업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쳐주는 서포터스를 맡게 됐다. "자연스럽게 외국어 실력도 늘고 애국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동안 해온 아르바이트만도 포스터 부착, 방청객, 서빙, 어린이 소풍 인솔교사, 모델, 엑스트라 등 10가지가 넘는다. 2006년에는 회원 수 3700여 명인 롯데 자이언츠 전국 팬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구단과의 행정 일이 많아지자 아예 휴학하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보통 학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2009년 6월에는 서울대 특수임무 동아리 `스누똘`을 만들었다. 서울대생 중 똘똘하고 끼 있는 학생들을 모으자는 이씨 제안에 한 달 만에 100여 명이 모였다. 시내 한복판에서 텔레토비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가 하면 `무한도전` 같은 미션을 수행하기도 한다. 실패하면 동아리 개강파티에 못 오는 미션을 하기도 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는지 묻자 그는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남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미션이지만 성공한 뒤 느끼는 성취감은 엄청나다는 것이다.

돌출행동만 하는 게 아니다. 봉사활동에는 더 열정적이다. 지난 1월에는 해피무브라는 의료봉사단체와 함께 인도로 봉사를 떠났다. 가난한 인도 어린이들에게 양치질, 손 씻기, 물 끓여 먹기 등 기본 위생습관을 가르쳤다. 5월에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버려진 개들을 돌봤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멘토링 사업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가 지방 출신 신입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다.

이씨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키워 `세계 최고 부자`가 되기 위한 창업의 밑거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스펙을 쌓아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잘해야 부자는 될 수 있지만 최고 부자는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몇 가지 생각해둔 아이템이 있다고 한다. "시작은 여행 관련 사업이 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인데 차근차근 단계를 밟겠다고 했다.

이씨는 "공부를 하는 대다수 학생을 비웃는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일이 있고 선택한 길이 무엇이든 열심히 해서 성취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은 꼴찌지만 인생의 꼴찌는 아니다"며 웃었다.

[정동욱 기자/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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