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불경기의 긴 터널을 지나며

헬렌의 전화영어 2010. 6. 18. 11:23

 불경기의 터널을 지나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나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미국생활이라 지척에 살아도

자주 얼굴보기 힘든다.

식사한번하자고 한 지가 한달이 넘었

다.

그래도 효녀라 늘 엄마걱정을 하고

자주  못오는 것을 미안해 한다.

요즘 별일 없는가 묻기에 아무일 없다고 하니

그럼  됐단다.

 

왜그러느냐고 다그치니까

사실 그동안 자기가 부러워하던

친구들네 집이 모두 힘들단다.

친구 하나의 부모는

오랫동안 도매업으로 자리잡아 큰 이층집을 사서

이사갔다고 부러워하던 게 불과3-4년,

장사가 안되어 도저히 큰 집을 유지하기 힘들어서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가기로 결정을 했단다.

그 때 그집에 다녀오기만 하면 아들과 합세해서

우리도 이층집으로 이사가자고 조르곤 했다.

 

큰 그로서리도 하고 리커스토어등

 사업체를 여러개하던

또 다른 집은 모기지를 못내서 조만간에 쫒겨날 지경이란다.

집을 비우라는 마지막 경고를 은행으로부터

받았단다.

 

그런데 엄마는 혼자 꾸려가면서도 괜찮다고 하니

정말 장하다고.

엄마가 제일 단단하다나.

 

그래서 큰 소리 한번 쳤다.

엄마는 그럴 경우까지 다 내다보고 결정했고

나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할 정도까지 안간다고.

 이세상에 믿을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밖에 없다는 걸 안다.

부부가 백년해로한다면 그 사람들은 아주 좋은

운명을 타고 난 것이지만

중간에 한 사람이 떠나거나 헤어진다면

그보다 힘든 일이 없다.

 

배신중에 가장 큰 배신이 배우자를 두고 먼저

가는 것이다.

험한 세상에 여린 아내와 자식들만 두고 떠나는 사람도

가엾지만 남은 가족은 연습도 없이

험악한 세상에 남겨졌으니

그보다 가혹한 운명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은

엄마가 흔들리지 않는 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풍족하게 못해주는 것은 늘 미안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남들이 돈주고도 못사는 고생을 하니

스스로 다져지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외로울 때 힘들 때

그곳을 돌아보면 엄마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어떤 비바람이 불어와도 엄마는 자신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

그보다 더 든든한 것이 어디 있으랴.

풍족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아프지만

차돌보다 더 단단하게 다져지는

아이들을 보며

이제 엄마가 없더라도 살아가겠구나

하고 한숨을 놓는다.

 

그래도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천둥치고 비바람부는 날

꼭 껴안아주기 위해서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름

자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