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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추억하며-쑥개떡을 만들다

헬렌의 전화영어 2010. 4. 11. 00:29

 

쑥개떡을 처음 만든 날

 

 어머니가 해마다 봄이면 쑥개떡을 만드시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외면했다.

생긴 것도 그렇고 이름도 개떡이라고 입에 대보지도 않고 맛없을 것이라고.

그래도 여전히 지치지 않고 봄이면 쑥개떡을 만들어 먹으라고 권하시던 어머니

언니는 더우기 서양음식에 더 익숙하니 나보다 더 심했는데

어머니가 미국에 오실 때마다 몇개씩 해다 주는 것을 맛보더니 어느새 마니아가 되었다.

봄만 되면 쑥개떡타령을 하게 되었다.

한 2년 동안은 나름대로 쑥을 사다가 쑥지짐이를 해다주며 대신 먹으라고 했다.

 

 그 맛이 아니란다.

나는 그것도 괜찮은데, 언니는 여전히 쑥개떡을 어떻게 하는거니하고 묻는다.

음식에는 감각이 좀 있는지라 예전부터 외식을 하고나면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

시도해보곤했었다.

그 감각때문인지 맛을 보고 모양을 보면 거의 비슷한 음식을 만들 어낸다.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가 입맛을 잃어 식사를 못하겠다고 하시다가 내가 한 음식을 앗있게 드시면

그 까다롭고 퇴화된 노인들의 미각을 맞추었다며 혼자 흐믓했다.,

 

아침에 침대에 누워 창밖을 내다보니 저멀리 쑥이 보인다.

올해는 나오기가 무섭게 뜯어다 쑥국도 끓이고 할머니들 갖다드리느라 쑥이

자랄 새가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자라준 쑥을 한소쿠리 뜯어다 마켓에서 사온 쌀로 익반죽을 해서

베보자기를 깔고 쪘다

비스름하게 나오긴 했는데 절구에 찧거나 믹서에 갈지 않아 거칠다.

아직 어려서 쑥냄새도 강하지 않고 잎과 줄기가 어려서 연하다.

쑥잎이 쭉쭉 늘어나와 씹히는 게 감촉이 좋다.

 

대학 갓졸업하고 경상도에 교편을 잡으러 갔을 때

학생들이 갖다 주는 쑥절편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같은 절편인데 쑥을 많이 넣어서 씹히는 맛과 향이 얼마나 좋던지

그 곳을 떠나온 뒤 그런 절편을 어머니에게 해달라고도 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주문해도 다시는 그 맛을 맛보지 못햇다.

 

모든 음식이 밭에서 금방 따서 하니 양념니 많이 안들어가도 맛이 기막히다.

신선한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얼마나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는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불란서요리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시골사람들이 서울사람보다 훨씬 고급요리를 먹고

정말 맛있는 요리는 시골에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앗다.

 

원칙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할머니들에게서 한마디 들을텐데,

하면서도 벌써부터 할머니 언니,하고 손꼽으며 갖다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즐겁다.

처음 시도치곤 물도 적당히 맞은 것 같고 반죽도 잘 된 것 같다.

언니네 집뜰에는 한번도 솎아내지 않은 쑥이 많을 것이다.

오늘 밤 언니가 일에서 돌아오면 같이 뜯어다 냉동해놔야겠다.

여름이 되면 쑥국도 끓여 색다른 맛을 내서 노인분들 입맛을 살려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