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할머니와의 교감
오늘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75세이지만 꼭 여리디 여린 소녀같은 할머니와 심장검사를 하러 전문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EKG테스트를 했으나 r결과가 약간 불확실하다고 담당의사가 렉시스캔과 에코촬영을 한다고 해서 아침일찍 할머니를 모시러 집을 나섰다.
밤사이에 기온이 떨어져 아침나절은 언제나 스웨터를 입어야할 만큼 춥고 대낮에는 78도를 오르내리는 따가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가 이상기온이라더니 이곳도 더 이상 사막의 뜨거움이 많지 않은 해가 이어지고 있다. 강우량도 많아지고 있고, 겨울에 폭설이 안내리나 예전같으면 지금 90도를 넘나들어 샌들에 민소매나 탱탑이 주류를 이룰 때인데 아직도 긴팔 소매하나는 챙겨가지고 다녀야하는 날씨다.
무릎의 연골이 다 닳아 걸을 때마다 아파서 찡그리는 할머니는 수술이 무서워 엄두를 못내다가 주위의 사람들의 권고로 ,혹시라도 완전히 마모되어 못걷게 되면 자식들에게 누를 끼치게 될까 두려워 몇년간의 망설임끝에 수술을 결심하시게 되었다.
고우신 마음씨와 단아하고 우아한 자태, 단 한마디도 마디가 없는 말씀,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할머니와는 왠지 남같지 않은 정감을 느껴 여러가지 대화를 하면서 지내왔던 터엿다.
이제는 그 분의 마음을 내가 읽을 수 있을만큼 되었고 도무지 남을 나쁘게 볼 줄 모르시는 고운 마음이 천사같다는 느낌을 주곤하신다.
그 분이 스트레스테스트를 위해 팔에 주사바늘을 꽂을 때 마치 내팔에 꽂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스캔을 끝내고 트레이서를 몸안에 넣는 여러번의 주입과정을 지켜보며 급기야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껍기 시작했다.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눈도 충혈되고 급작히 피로를 느껴 검사가 끝나면 어디에 가서 누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분이 트레이서를 주입하는 순간 검사요원이 속이 괜찮냐고 묻고 내가 통역을 하며 할머니가 속이 메슥거린다는 말을 하시는 순간과 내가 느낀 울렁증이 거의 같은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 때부터 두 사람이 똑같이 어지럽고 속이 흔들림을 느끼며 커피를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간호사에게 나도 커피 한잔을 요청했다.
환자를 위해 준비한 커피인줄을 알면서 염치없이 커피를 얻어 마셨지만 가라앉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못하신 할머니에게 준비해간 샌드위치를 드리고 다음 검사를 위해 드셔야 한다고 권했지만 나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오후의 일을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엿다.
할머니는 가라앉으셨는지 샌드위치를 다 드셨다.
워낙 여리셔서 세상밖에 모시고 나가기가 미안할 정도인 분이라 모시고 다니는 동안 마치 어린아기와 함께 다니는 듯 조심조심해서 모시게 되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를 가는 길목인 혜화동 동성중고교옆 혜화동 성당 뒤가 사시던 집이었다는데 봄이면 피곤 하던 철쭉 개나리담장, 목련꽃이야기를 하시는 할머니의눈에는 두고온 한국의 살던 집이 그리워하는 모습이 선했다.
곱게만 살아오셔서 세상의 험한 모습은 본 적도 없으셨을 그분이 이제 무릎을 절개하고 대체물을 집어넣는다고 하니 내가 더 겁이 났다.
그 분만큼이나 여리게 생긴 따님도 겁이 많은지 수술날 꼭 나더러 와달라고 한다.
그 분만큼은 수술날 꼭 내가 가드려야 한다고 마음먹은 터라 나는 오히려 무서우니까 따님도 꼭 휴가내서 같이 가자고 햇다.
마치 내 어머니가 수술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어머니도 세상밖에 험한 일은 모두 안보시고 사셨다.
TV에서 범죄쥬스가 나오면 세상이 다 그런 걸로 착각하시고 문단속, 자식단속에 근심걱정이 사라지지 않던 분이다.
평생을 안방에서 곱게 곱게 사시다 돌아가셔서 주위에서모두 학같이 고고하시던 분 천사같이 착하신 분이라 했는데 ,어쩌면 그리도 우리 어머니와 같으신지 그래서 내가 그 분과 쉽게 교감을 하는 모양이다.
넓은 들판을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냉면을 먹으며 속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겼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불가사의다.
카디올로지전문 병원의 협소한 검사실탓도 해보고 기계탓도 해보지만 요즘은 그렇게 공기가 탁한 때도 아니다.
병원을 밥먹듯이 드나들어도 그런 적이 없느데 정말 이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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