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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전화

헬렌의 전화영어 2008. 9. 17. 21:50

차 한잔 하세요.





이른아침  창너머  저 들길엔  
아름다운 가을 하나걸려있읍니다
안개에 휘감겨  고개숙인 구절초
햇살이 비추일때
미소로 이가을  맞이하겠지요
구름별 마음처럼요

귀뚜라미 밤새 울더니
아마도, 다가오는
가을축제를 준비하는모양입니다
아스라히~
가을은 그렇게
한발 두발 우리들곁에 다가왔읍니다

주말이면 포만의 게으름으로
잠에 취해버리는 낮선풍경들
따스한 차 한잔 드시고
오늘은 가벼운 도시락 준비하셔서 
가까운 야외 나드리라도 해보시길요...

 



오늘도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야, 할머니,심심해서 전화했어. 어디에 있어? 뭐하고 있어? 아들은 어디갔어? 밑에 내려가봤자 말이 안통하니 뭐해.'  걸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또 반복하신다.

85세의 왜소한 몸집,귀도 밝지 못한 할머니가 혼자 계신다. 홀로 계시다가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시면 어쩌나, 막내딸이 가까이에 살고 있지만 밤낮으로 일을 하니 마음만 있을 뿐 자주 와보지 못한다.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한 걸 보니 자주 들러 음식을 사다 드리기는 한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해야하는 이 곳 아줌마들, 때로는 남자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도넛샵에서 새벽부터 일을 하고 12시경에 끝나면 또 다른 사업체인 식당으로 가 밤중까지 일하는 아주머니도 있다. 밤에 청소하고 낮에는 식당일을 하는 억척을 보면 미국인들은 입을 떡 벌린다.한 미국인 교수가 우리가게에 들어 얘기를 하는 도중, 한국여자가 아니면 이런 장사를 꾸려나가지 못한다.고말한다. 그는 나름대로 많은 곳을 보고 연구하고 관찰하는 사람이다. 한국여자가 무척 터프하다고 한다.

 

하긴 나도 터프하긴 하다. 전천후로 이 곳에서 살아갈 준비를 10년동안 해왔으니까, 식당의 웨이트레스, 캐쉬어, 주방경험도 조금, 프리마켓,바자장사, 사롱을 차린다고 미국 토탈 비우티살롱 자격중-헤어, 마사지,네일,피부관리-도 땄다. 보험 ,모기지 ,부동산 자격증도 딸 예정이고, 도매상, 무역회사도 경영했고, 친구들이 하는 각종 비즈니스에 놀러가도' 내가 한다면 '하는 마음으로 눈여겨보아둔다. 영어학원 ,SAT 학원,ESL학원등 모든 것을 운영할 준비도 갖추었다.지금까지의 인생은 준비만 해온 삶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먹고 잘 곳을 위해 나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닌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한 시간의 여유를 갖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나무와 풀과 대화할 시간도 필요하다.

 뒷뜰의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인간이 사회나 가정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 있다는 것, 이게  일에 대한 나의 지론이다.같으로보기에는 무척 여리고 여자다워보여도 누군가가 '사막에 내려놓아도 헤쳐나갈'사람이라고 했다지.적어도 내 인생을 누구에게 책임지라고 매달리지 않는다는 신념만은 투철하니까.그건 또 한국남자들의 말을 빌리면 팔자가 센 여자라고도 하고.

 

흑인지역에서 옷가게를 하는 어떤 분은 60세가 넘었는데 물건을 훔치는 흑인을 붙잡아서 등을 탁치면서  '야 어서 내놔.' 하고 청바지 입은 다리를 삐딱하게 하고 서서 그들과 같은 몸짓으로 겁을 준다. 

그 분들은 집에 가면 식사와 청소, 세탁까지 전천후 기계처럼 돌아간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통적인 한국사고로 아들에게는 식탁정리조차 시키지 않는다. 가족중에 일부는 빈둥빈둥거리며 엄마의 고단함을 강건너 불보 듯한다. 그 것도 아줌마들이 자청한 일이다.

대부분의 남자들도 한국에서 하듯 부엌일은 모른 채 한다. 이곳 한국여자들은 수퍼우먼들이다.

생활력이 너무 강해 겁이 날 정도다.

 

오늘도 할머니는 똑같은 소리를 하신다. 한국남자들 못써.여자들 돈벌어 오라하고 저는 암것도 안하면서 밥해내라, 청소하라, 큰소리쳐, 젊은 여자 얻어 자기는 놀고 돈벌어오라고 구박해. 아마도 가까이 있는 아주머니가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 모든 한국남자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셨나보다.한국처럼 간단하게 만들어진 가족관계가 아닌 모양이라 불리해도 참고 사는 사람인가보다. 시민권을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하는 사람까지 있는 모양이다.또 남존여비사상을 아직도 갖고 사는 구세대의 못말림일지도.

 

할머니가 살아온 시대의 사고로 늘 내게 충고아닌 충고를 하신다.영어공부많이해, 말하고 쓰고 잘해야 해.

나는 말을 못하고 차가 없으니 답답하게 살아, 젊으니까 공부해야 해. 하신다.예, 알았어요.

똑같은 말씀을 반복하고 계시지만 그 분에게는 늘 새로운 말이다. 아무도 얘기할 사람없는 주변, 아파트값이 싸다고 흑인지역으로 이사가셨단다. 한국할머니라도 몇분 계시면 대화라도 나누고 마실갈 곳이라도 있으련만. 한국타운의 아파트에서는 참 좋았단다.

 

달라스 장애우후원회에서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기금을 모으고 있다. 너싱홈에 기거하시는 할머니들이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말을 하는 간호사와 직원들이 돌봐주는 시설에 계시면 타국땅에서 말한마디 못하다가 돌아가시게 되는 안타까움은 없을테니까. 미국땅에 자기나라 사람들만 있는 너싱홈을 가진 나라는 중국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제일 먼저 철도 건설을 위해 끌려온 중국인 노동자들로 시작된 중국이민의 역사는 미국전역에 거대한 이민사회를 만들었고, 정부에도 큰 소리를 낼 만큼 영향력도 크다.

 

하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단계인 한국이민사회는 200년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끌려온 선조들이 시발점이었다.한인교포가  상원,하원의원으로 진출하고 ,주지사,시의원에 한인이 서서히 등장하게된 최근에는 한인들도 정치,경제계에의 진출이 이민사회의 힘을 기르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수십년 전의 한국과 비교할 때 나이들고 갈 데 없는 노인에게 집 주고, 아프면 간호사까지 보내주는 미국이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른다. 미국이 참 좋아, 하시는 할머니들. 가난했던 고국을 생각하면 이 곳의 풍요로움이 너무 좋기만 하신가 보다.그러나 가장 큰 문제인 외로움은 해소되지 않는다.

 

모두들 바빠서 전화한통 해주거나 받아드리기도 쉽지 않다. 시간이 곧 돈인 사회, 그래서 전화걸 때마다, 바쁘지? 바쁘면 끊을께. 얘기가 하고 싶어 전화했어. 하지만 나도 길게 받아드리지 못한다. 하루에 두번 전화오면 잘하셨어요, 하고 한 손으로 혹은 머리로 다른 걸 생각하며 받아드릴 때도 많으니까.

어제는 운전면허 방어교육을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가 전화를 받느라고 한문제를 틀렸다. 사실 잠깐 로그아웃해도 되는데 머리속으로는 문제를 풀고 할머니의 질문에 대답해드리다가 틀리고 나니 후회가 막심했다.

 

한문제도 안놓치려고 정성껏 코스공부를 했는데 방심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화리밋이 많지않아 그것도 염려되고, 아무래도 할머니 전화를 받으려면 노리밋으로 전환해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