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의 전화영어 2015. 8. 28. 02:53

법정스님이 '버리고 떠나기'라는 책을 내기 훨씬 전부터

버리고 떠나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물건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 늘 스님들의 바랑을 떠올렸다.

가끔 방문하는 사찰의 스님들의 방안은 늘 텅 비어 있었다.

벽에는 홀쭉한 바랑하나가 걸려 있다.

스님이 길을 떠날 때는 홀쭉한 바랑을 등에 지고 길을 나선다.

 

어느 곳에 정착하고 몇년을 살고 나면 어느 새 짐이 잔뜩 늘어나 있다.

짐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한번씩 길을 떠난다.

몇달간이 아니라 몇년동안 먼 곳으로 떠난다.

그동안 또 욕심을 부렸구나 속으로 자신을 나무란다.

솥단지를 버리고, 이불을 버리고, 옷가지들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이번에는 청바지 몇개와 티셔츠면 족하리.

지난번 미국행에도 청바지와 티셔츠 몇개를 가지고 출발했다.

 

13년동안 늘어난 짐, 늘 무거웠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짐들을 누가 다 치우지

아끼던 그림들마저 타주에서 이사온 젊은 부부에게 주어 버렸다

텅빈 아파트를 가득 채워 주었던 그림들인데

가구 하나 없는 이민 초기에 벽을 삥둘러 붙여놓은 그림마저 없었다면

무척 허전했을 터인데

다시 그리기로 한 그림은 아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