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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도 과학적으로=지난해 9월 농촌진흥청과 경희대·서울여대·이화여대 공동 조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 대학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대학을 찾았다. 학생을 비롯한 현지인 200여 명에게 한국 음식을 내놓고 맛에 대한 반응을 꼼꼼히 조사했다.
조사팀이 준비한 음식은 불고기와 야채샐러드. 메뉴마다 양념과 소스를 달리해 4~5가지 종류를 제시했다. 농진청 전통한식과 차성미 박사는 “주재료가 같아도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된다”며 “현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찾아내기 위한 실험”이라고 소개했다.
불고기의 경우 네 종류가 나왔다. 우선 한국의 보통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양념에 잰 불고기를 표준형으로 삼았다. 여기에서 ▶마늘을 뺀 것 ▶참기름을 뺀 것 ▶간장과 설탕을 30%씩 더한 것 등으로 비교군을 만들었다. 비교군을 아무렇게나 정한 것은 아니다. 미리 20여 가지 조합을 만들고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평가를 거쳐 세 가지 맛으로 압축했다. 결과는 예상과 약간 달랐다.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 사람들 모두 표준형보다는 달고 짠 맛이 강화된 양념을 좋아했다.
샐러드 소스의 경우 초간장(식초와 간장을 섞은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운 맛을 싫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추장 소스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반면 겨자소스는 모두 싫어했다.
◆양념의 진화=농진청은 최근 이 실험을 통해 개발한 불고기 양념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 특허가 나오기 전이라도 미국 진출을 원하는 식품기업과 식당 등엔 이 기술을 넘겨줄 방침이다. 이 양념과 야채소스에 어울리는 20여 가지 새 메뉴도 만들었다. 농진청 김행란 전통한식과장은 “미국 수출용 불고기 양념의 경우 연구 결과를 이용하면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훨씬 잘 끌 수 있을 것”이라 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