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시합
달리기 시합
인생이 실패의 그림자를 앞에 두고
어깨가 축 쳐져 있을 때
나는
어떤 달리기 시합을 떠올리며 다시
기운을 얻곤 한다.
그 장면을 회상할 대마다
희망이 다시금
내 약해진 의지를 일으켜 세운다.
어린 남학생들의 달리기 시합이었다.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소년은 자랑스럽게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우승자가 되리라고 생각했던 소년은
얕은 웅덩이를 뛰어넘는 순간
그만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고 말았다.
관중들의 웃음속에
소년은 바닥에 얼굴을 파묻으며
흙투성이가 되었다.
희망은 사라졌다.
그만 그 자리에서 달아나고만 싶었다.
하지만 넘어지는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소년에게 '일어나 달려라.'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조금 쳐졌을 뿐
소년은 일어나 달렸다.
뒤쳐진 것을 따라잡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달렸다.
마음이 다리보다 더 빠른 덕에
소년은 또 다시 넘어졌다.
'다신 경주에 참가하지 말아야지.
아까 포기했더라면
또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을,'
군중들은 또 웃었다.
아버지의 얼굴이 그 속에 있었다.
'일어나 어서 달려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확신에 찬
얼굴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다시 벌떡 일어났다.
온 힘을 다해 달린 덕에
맨 꼴찌에서 달리는 아이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선두를 따라잡으려고
애쓴 나머지
또 다시 미끄러지고 말았다.
'세번이나 스트라이크를 먹었으니 이재는 아웃이야
이대로 계속 달리는 것은 무의미해.
모든 희망은 사라졌어.
나는 패배자야'
'일어나라' 메아리가 들렸다.
'일어나서 네 책임을 다 해라.
여기서 포기해선 안돼
일어나서 어서 달려라
승리한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
진정한 승리이다.'
소년은 이기든 지든 최소한 중단하지 않으리라고
결심을 하고
또 다시 일어났다,
지금까지 이렇게 뒤쳐져 있은 적은 없지만
소년은 달렸다.
우승자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관중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그 선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세 번이나 넘어졌던 소년이
맨 꼴찌로
결승선에 들어서는 순간
관중들은 일어서서
더 큰 환호를 보냈다.
박수소리로 따진다면
소년이 우승자였다.
아버지는 '나에게는 네가 우승자다.
너는 넘어질 때마다 일어났지.'
불행하고 힘든 시기가
인생에 닥쳐올 때
그 것을 견딜 힘조차 없을 때
그 어린 소년에 대한 기억이
나의 달리기를 도와준다.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
그 길 위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
사람들은 내가 넘어질 때마다
소리친다.
'그만 둬 너는 패배자야.'
또 다른 목소리는 말한다.
'일어나 어서 달려.' 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백한가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