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의 전화영어 2009. 11. 22. 08:11

 

낙동강가 아이들

 

생시였는지, 꿈이었는지,작은 옹달샘속에 하이얀 물뱀이

물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었다.

길가의 들꽃을 보며 예쁘다고 소리지르는 철부지 서울 여선생

깊은 산속이었는지, 아니면 가까운 곳에 번화한 읍소재지라도 있는지

아직도 모르지만 그곳은 서울에서 나서 자란 내게 영원한 고향으로 자리잠았다.

 

늘 그립고, 가고픈 곳, 늘 만나고 싶은 제자들

25년이 흐른 뒤 한 제자가 물어물어 선생님을 찾아왔다.

명동파출소앞에서 만난 제자는 여선생보다 더 나이들어보였다.

선생이 사는 곳으로 올라와 힘든 객지생활에

초췌하고 고달픈 몸으로 여전히 아름다운 영어선생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만은 변함이 없었다.

 

명동한 복판이라도 선생님을 만나면 큰 절을 하려고 했단다.

선생님이 전근을 가신 뒤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낙동강변의 고향집은 선생님을 위해 보존해 두었단다.

노년에는 자신이 꼭 그곳에서 모시겠다고.

해 드리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다며

자신의 삶은 뒤로 한 채 꿈이고 목표이기도 한

선생님을 모시는 일에 들떠있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결심한 것을 잊지 않는다는 것

그 것을 지키겠다고 늘 다짐하고 여전히 그 꿈을 간직한다는 것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뿌듯한 기쁨을 준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나의 제자들.

경치좋은 강기슭에 별장을 마련하겠다는 또 다른 제자,

사랑과 의리를 아는 나의 제자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지닌 인간중의 인간들이다.

 

아무것도 해 주지않아도 나는 너무 행복하단다.

단 한 사람의 사랑만 받아도 행복한 것을

나는 너무 많은 제자들의 사랑을 받아 벅차기까지 하다.

진짜 소중한 것을 지닌 사람을 곁에 두게 되어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