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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헬렌의 전화영어 2009. 8. 2. 00:18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아침

알로에로 효소를 담가놓은

큰 단지가 하나 깨졌다.

이제 눈물도 메말라

허탈한 마음으로 쌀을 씻었다.

 

80여년을 살던

 이 세상을 떠나가는데

어찌 쉽게 발길이 떨어지셨을까,

학교에 가던 아들이 벼락을 맞았다

할머니가 화나셨나봐 하고 전화가 왔다

 

 

마음편히 가셨을까,

전화할 때마다

밥은 먹느냐고

불경기에 장사가 잘 되느냐고

걱정하시던

그말이 싫어서

건성으로 대답하곤 했다.

 

언니가 잠을 못잔다고 늘 걱정, 

살은  좀 쪘는가 늘 물으셔서

가장 원초작인 것에서

못벗어난다고 비웃었었지.

나도 늙으면 아이들에게

요즘 어떤 세상인데

그런 걱정하느냐고 비웃음을 사겠지

 

가시기 전 일주일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세상을 떠나긴 해야 하는데

우릴 두고 가시기가

차마

발이 안떨어지셨을 텐데

 

지난 겨울

학교 핑게대고

 어머니 얼굴 한번 더 보고 오려고

한국에 나가니

비행기표 비싼데 뭐하러 자주 오느냐면서도

여기서 잘래 하시며

 당신방에 요 깔아주실 때

 

나도 이번에는

꼭 엄마방에서

자고 가야지 했는데

엄마도 이제 마지막이겠구나 하시며

내 맘을 아셨던 것 같다

속으로 이것이 마지막일 지 모르겠다며

내색하지않고

혼자 작별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내 죽어도

절대 오지마라고 당부하시더니

자식들 당신때문에

어려울까봐

 그러신 줄알지만

도저히 갈 수 없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떠나시다니

 

갈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했지만

그것이 정말 마지막이 될 줄이야.

하늘에서 내려다 보시며

얼마나 안타까워하시려나,

자나깨나 자식걱정에

 편할 날이 없었더니

 

남편 잃고 어린 자식들과

어찌 살고 있나 걱정하시며

지난 번에도 모아둔 용돈을 쥐어주셨다.

남편이 갖다 쓴 어머니

비상금도 한 푼 못갚아드렸는데

주변머리가 없는건지

돈욕심이 없는건지

다른 사람들 걱정 그만 시키려면

돈도 벌긴 벌어야하는데

돈버는 일은 이리저리 피해다니니.

 

다른 사람들보다

 편히 산다고 그 댓가를 치르라나보다

잠깐동안만 여유있게 살게 해주고

다시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나의 수호신은 어디에 있는걸까

나를 지키려는 의지나 있는걸까,

 

이제는 나도 앞뒤없이 쉬지말고

일을 해야겠다.

긴장을 하고 남들처럼 뛰어야겠다.

어머니가 없다고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을 줄 알았는데

 

잔소리를 너무 하신다고

 그렇게도 성화를 했는데

내게 길을 열어 주소서

하늘에서내려다보시겠지

자식들때문에 억지로 살게 마시고

제 인생을

한번만 더 열어주십시오

 

나이들어도 하고싶은 일 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적어도 자식들이 잘 되어

그들때문에 얽매어 있게 마시고

보람을 느끼고 남을 위해

살 수 있는 노후를 만들어 주십시오.

차근히 설계하도록

마음의 여유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