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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 내 나이 중년 그리고 이별 *♡
헬렌의 전화영어
2009. 4. 6. 08:32
♡* 내 나이 중년 그리고 이별 *♡
대답 없는 걸 알면서 불러보는 날
유년의 툇마루엔 여전히 햇살이 들고
떠다니는 구름 이따금 빨랫줄에 걸리곤 했어
싸리 빗자루 지나간 황토 마당에 빗금 생기고
외양간을 지나 밭은기침 사립문으로 내몰리던
그래 그때는 정겨운 목소리 영원할 줄 알았지
긴 곰방대에 담배가루 꾹꾹 눌러 넣고
살며시 화롯불 헤집고 길게 빨아들이면
목젖이 유난히 오르내리는 것도 신기했어
앙상한 어깨 작은 손으로 토닥토닥 두드리면
돌려세워 품 안에 꼭 끌어안고
여린 볼 비비는 긴 수염 깃털 같았지
배추밭에 흰나비 짝을 지어 날아다니고
메주콩 주렁주렁 달린 논두렁을 따라가는
뒷짐 진 손에 들린 삽자루도 신기했던
세월 흐른 후에도 가끔은 기막혀서
새삼 거울 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리움으로 가슴 미어지는 여린 여자가 있지
뒤란 토란밭을 지나 감나무가 있던 언덕
약속처럼 낮 달이 떠서 하얗게 웃던 날도
부엉이 울음소리나 가랑잎 부서지는 소리
영원토록 사랑채 밖 풍경일 줄 알았는데
왔던 길 떠나는 그날의 요령 소리 가슴을 치는
먼 이별 그때가 그리운 내 나이 중년이지
♤*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 있나
제 보폭대로 제 호흡대로 가자
늦다고 재촉할 이, 저 자신 말고 누가 있었던가
눈치 보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나
다양한 삶이 저대로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땅 위에서 너와 내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쪽에 네가 있으므로
이쪽에 내 선 자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서로 귀한 사람,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가자
네가 놓치고 간 것들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며
가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리
가끔은 쪼그리고 앉아 애기똥풀이나
코딱지 나물이나 나싱개 꽃을 들여다보는
사소한 기쁨도 특혜를 누리는 사람처럼
감사하며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추고
너를 따라 보폭을 빠르게 할 필요는 없다
불안해하지 말고 웃자라는 욕심을
타이르면서 타이르면서 가자
출처 : 장맛비와 노란우산
글쓴이 : 장맛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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