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도전 -네일리스트
내게 인생은 늘 다른 도전을 하는 장이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아 아름다워보이고, 인생을 걸쳐서 꼭 한번은 해보고싶은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중학교때는 학교 강당무대에서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날을 듯 무용콩쿠르준비를 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반해
무용반에 들었고,고등학교때는 가수들의 통키타가 멋져보여 혼자 열심히 배워 자선음악회, 대학축제,
학교무대나 교회에서 싱얼롱을 이끄는 등 많은 활약을 했다.
꼭 가수가 된다는 것보다 그 자체를 즐기고 긴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사는 도구로 쓰려고 배운 일들이었다.
대학 때 신문기자, 방송기자가 멋져보여 대학신문사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
1학년 새학기에는 대학 합창단에 들어가 합창단실에서 늘 노래하며 지냈고,
고교,대학시절 주일이면 교회에 나가 여러가지 직책을 맡아 교인들을 위한 봉사도 많이 하면서..
결혼하고도 피아노 배우기, 지점토 강의, 영어회화강의,수채화배우기등 항상 쉽지 않은 일에 새로운 도전을 하며 살고
10여년전 미국에 와서도 생활을 위한 여러가지 도전을 했다.
도매상 지배인, 식당 웨이트레스, 캐쉬어, 금방,스포츠웨어샵등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시간나는대로 수채화를 그리고
음악을 듣고 시를 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음식을 연구하고, 여행을 한다.
그 중에서 늘 비즈니스를 하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봉사를 하고 영어번역을 해주다 보니 저절로 어휘력과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느끼며 보람을 찾았다.
늘 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마음을 졸이지만 나의 생활 전체를 돈버는데 바칠 수 없다는 생각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지금도 혼자 생활을 해나가야하는 버거움속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른다.
때로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재혼을 생각하고 주위사람들이 권유하지만 경제문제로 결혼할 수는 없다.
아직도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걸까?
우선 나와 삶을 대하는 자세가 같아야 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시를 즐기고,
시간이 나면 공부하고 연구하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을 좋아하고 ,
여행을 즐기고, 외모도 남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태도가 우아하고,
요리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적어도 자기 음식 정도 해먹고, 세탁, 청소도 할 줄 알고,
와이프를 부속물이 아닌 인격체로 존중할 줄 아는 마음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서로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가지고,경제에 관한 인식도 제대로 갖추어야 하는 그런 중년의 신사가 이 세상 어디에 있을런지..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 요구사항이고, 누군가는 주제파악을 못한다고 할 얘기만 주절거린다 하겠지?
적어도 자기건강을 위해 먹을 것 못먹을 것을 가릴 줄 알고,죽기 전까지도 자기 한몸만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을 세상에
다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아니면 적어도 노후를 자식에게 기대어 살지 않을 계획을 세우는 사람,
양지바른 산기슭에 작은 집 지어놓고 기력이 다 할 때까지 하루종일 텃밭과 예쁜 꽃을 가꿀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재혼을 고려해볼까?
황당한 요구사항이고 힘든 조건이라는 건 안다. 그래도 그런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 마음은 조금도 안움직일 것 같다.
지난 주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네일리스트이다.재작년 힘든 과정를 마치고 시험을 거쳐 취득한 토탈 미용오퍼레이터-
네일리스트도, 미용사도 스킨케어샵도 ,맛사지도,메이컵 아티스트도, 이용사도 될 수 있는 종합 오퍼레이터이다.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모이는 곳의 특징을 잘 알기에 그 속에서 견딜 자신이 없어서
연기했던 일이다.
언젠가 준비가 되면 토탈 살롱을 내고 싶은, 온 가족,혹은 여유있는 사람들이
쾌적한 분위기속에서 차도마시고 와인도 즐기며 자신의 미를 위해 상담하고 사랑방처럼 쉬었다 가는 편안한 휴식처를 만들고 싶다.
여러가지 꿈 중의 하나인 비즈니스를 겸한 사랑방을 하나 꾸미고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하나 준비하려한다.
다른 일 을 하게 되면 꿈으로 끝나겟지만 그래도 준비해놓을 것이다.
가장 두려운 일은 사람들, 특히 작으나마 남이 안가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편협한 자만심이 나를 실망시킬 것이라
예상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조심스레 한발을 들여놓았다.
나이가 만만치 않게 많아서 그런 곳에서 쉽게 받아들여줄 지 몰라 겁도 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늙어보여서 거부당할 만큼 추하지 않다는 자신감에 감히 도전해보았다.
물론 나를 믿는 친구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그녀는 나를 예술감각이 뛰어나고, 미적 감각이 있고 사람과의 교제에 능통하고, 영어도 잘하고..등등
최고로 좋게 표현해두었단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장점을 먼저 생각하고 단점은 애교로 보아주는 버릇이 내게 있다.
그래서 우리 친구들은 너는 너무 사람을 좋게만 생각해서 늘 손해본다하는데
친구들의 장점을 칭찬해준 덕을 이번에 내가 톡톡히 본 셈이니 어찌 손해만 본다할 것인가.
그 곳도 내가 예상했던대로 자기기술이 최고라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어 나를 피곤하게하고
커미션제인지라 돈 몇푼에 목매단 듯한 추한 모습이 조금 실망스럽긴 하다.
그래도 착한 사람들이라 괜찮은데 더욱 괜찮은 건 네일은 하지 못하나 아름다운 주인이 있어
나의눈을 즐겁게하고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녀가 입는 옷의 현란하지 않은 우아함과 세련됨,
여유있는 마음가짐,이민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요즘은 행복하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녀의 무궁무진한 재능, 끼, 자신감, 돈을 버는 능력, 공부하는 자세,
사랑스런 말투,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비뚫어진 사고와 말투를 모두 덮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 그러다가 보물과도 같은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즐거운가?
이 척박한 곳에서도 보물을 발견한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그녀의 남편도 남자다우면서 자기 역할을 잘해내는 멋진 사람으로 보였다.
그 것만으로 새로운 일을 하는 나이든 여자가 희열을 느낄 만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