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각료와 백악관 참모로 고른 인물들의 이력과 특징은 화려할뿐만 아니라 다채롭기 그지없다.
아이비리그대학(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이나 명문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 수재들이 차고 넘칠 정도이며 여기에 여성과 흑인, 아시아계, 빈민가 출신, 레즈비언 등 성별과 인종, 출생환경은 물론 성적인 성향 등에서 다양함을 고루 갖추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경제팀과 외교안보팀의 인선을 끝낸 데 이어 보건.에너지.환경 부문의 각료와 백악관 비서진의 인선도 사실상 마무리한 한 상태다.
경제팀과 외교안보팀의 인선은 화려한 경력의 스타급 인물들이 망라됐다면 보건.에너지.환경을 비롯한 여타 분야의 진용은 중량감도 겸비하면서 다채로운 이력과 특징을 지닌 인물들로 짜여진 점이 특징이다.
11일 발표된 보건장관에는 의회 경력이 30년에 이르고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만 10년간 역임했던 거물급 정치인인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이 내정됐다.
2004년 선거에서 낙선한 후에도 워싱턴 정가에서 `101번째 상원의원'으로 불리는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는 의료보험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정권인수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199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60) 박사가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장관에 내정됐다고 전했다.
중국계인 추 박사는 스탠퍼드대교수와 로런스버클리 실험물리학연구소장으로 활동중이다.
추 박사의 에너지장관 임명이 공식화되면, 일본계로 보훈장관에 내정된 에릭 신세키(66) 전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오바마 내각에 아시아계 장관은 2명이 된다.
환경청장에는 뉴올리언스 빈민가 출신인 흑인여성 리사 잭슨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유엔대사에 내정된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와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에 내정된 멜러디 반즈, 대통령특보 겸 백악관 의전비서관에 기용된 데지레 로저스 등도 모두 흑인여성이며, 오바마의 최측근으로 백악관 선임고문에 기용될 것으로 보이는 밸러리 제럿 역시 흑인여성이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 내정자는 흑인 남성이다.
백악관 산하의 환경위원장에는 낸시 서틀리 로스앤젤레스 부시장이 내정됐다. 환경분야에 오래 활동해온 서틀리는 레즈비언이다.
퍼스트레이디 출신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만으로도 상당한 중량감이 느껴지지만 환경청장과 유엔대사에 이어 백악관의 주요 포스트까지 점령한 여성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오바마 정부내의 여성파워는 예사롭지 않다.
이밖에 이미 보직이 발표된 인물 가운데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하버드대 총장,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출신이며 제이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사령관을 지냈다.
인종면에서도 다양함은 극치를 이루는데, 빌 리처드슨 상무장관은 히스패닉으로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며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는 이탈리아계, 신세키 보훈장관은 일본계, 에너지장관에 물망에 오르는 스티븐 추는 중국계다.
앞으로 남은 주요 직책은 내무장관과 주택.노동.교육.교통.농무장관, 무역대표부(USTR)대표,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남은 보직에도 어떤 다채로운 인물들을 기용할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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