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와 ㈔한국김치협회가 지난달 29일 진주 경상대학교에서 마련한 '김치의 우수성과 김치산업 발전방향 심포지엄'에서 국산 김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능성 우량 발효균주 활용김치 생산과 음식점 원산지표시제 도입 및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개발 필요성 등이 강조됐다. 또한 김치 원가절감을 위한 배추생산 현장의 이동식 절임배추 생산설비 현실화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종균 접종이 발효 주도…맛 균일”
#김치 발효 미생물과 그 활용
▲장해춘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김치는 담글 때마다 김치 원·부재료에 부착된 미생물에 의해 김치발효가 일어나고 이 발효가 김치의 맛을 좌우한다. 따라서 담글 때마다 김치 맛이 다르고 인위적인 김치 발효조절이 어렵다. 김치의 세계화와 기능성 고가 김치 생산을 위해서는 품질의 균일성과 미생물학적 측면의 잡균제거, 유통기한 연장 맛의 다양화 등이 요구된다.
일정한 맛의 김치생산을 위해서는 일정한 김치 종균을 접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방형 발효와 밀폐형 발효로 실험했다. 개방형 발효는 원재료에 있는 발효균들이 일정 조건에 따라 발효를 주도해 맛이 달라졌다. 이에 반해 밀폐형 발효는 원재료를 살균하고 특정종균을 접종하면 일정한 맛의 김치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개방형 발효에서 일정한 맛을 내도록 미생물을 제어하는 것이다. 실험결과 원료를 살균하지 않고 종균을 접종해 발효과정에서 온도와 영양원 등의 환경에 따라 접종균이 발효를 주도(우점종)해 일정한 맛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우량 발효균은 맛있는 발효능력과 유해미생물 살균능력 다른 미생물을 만나면 항생물질을 생성해 제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김치의 특정 유산균은 기능성 유제품의 유산균보다 우수해 고기능성 고가 김치 생산도 가능하다.
“묵은지 품질규격기준 마련 시급”
#국내 묵은지 산업의 현황과 전망
▲박완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최근 소비자드의 '웰빙' 붐으로 외식업계에서 묵은지와 이를 이용한 다양한 조리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묵은지를 이용한 조리식품은 식사류로 김치찌개 부대찌게 김치전 생선조림 매운당 김치감자탕 등과 삼겹살 갈비 보쌈 등의 안주류까지 다양하다. 용도는 한정식, 횟집 등의 밑반찬과 육류·어류요리와 생선 비린내, 기름기 제거에도 쓰인다.
묵은지 시장은 2003년부터 상품화돼 본격 생산 유통되고 있다. 가격은 kg당 5000원으로 일반 김치보다 1000원 정도 비싸다. 수입 묵은지는 600원에 그친다. 시장규모는 2005년 150억원(물량 3000톤)에서 지난해 200억원(4000톤)에 이른다. 묵은지 제조시기는 일반적으로 11월 중순에서 다음해 5월까지 생산 가능하나 1∼2월에 집중된다. 제조방법은 일반김치에 비해 공정상 큰 변화는 없지만 일반김치에 비해 소금 사용량이 많고 젓갈의 양념배합비도 지역과 업체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김치 규격이 산도 1.0% 이하의 김치에만 한정돼 묵은지의 표준 품질기준이나 관련 규격이 없고 발효 현상과 영양학 우수성에 대한 자세한 과학적 자료도 찾기 어려운 점이다.
향후 묵은지와 이를 용한 조리식품 수요는 외식업체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등에 의해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중국산 저가 수입김치의 묵은지 변신도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묵은지에 대한 국가적인 품질규격화가 시급하다. 또한 묵은지의 발효현상이나 영양학적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자료 확충도 필요하다.
“유산균 발효군, 김치 맛·품질 좌우”
#김치 맛과 유산균-배양균 김치의 품질특성
▲류병희 대상FNF㈜ 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김장 김치의 특징은 맛과 외관에 대한 속성으로 구분된다. 맛의 경우 겨울철 김장독에서 막 꺼낸 시원한 김치라는 점과 탄산미가 좋은 김치, 배추의 고소한 맛과 시원한 맛이 조화된 김치, 잘 익은 맛이 유지되는 김치, 신맛이 자극적이지 않은 김치이고 외관의 속성은 재료가 신선해 보이는 김치로 정의된다.
이런 특성을 갖는 김치를 안정되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산균 발효군(스타터) 개발이 중요하다. 유산균 발효김치는 일정한 맛을 유지하면서 김치의 기능성과 품질고급화, 차별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유산균 스타터의 김치 내 역할은 정상적인 젖산발효를 유도하고 Hetero발효를 유도하며 김치 발효과정에서 우점 증식하는 한편 진균류 증식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정상 젖산발효의 경우 원료나 계절적 유산균 수 변동에 따른 발효패턴을 안정화시키고 초기 안정적 젖산발효를 유도한다. Hetero형 발효는 탄산가스를 생성해 시원한 청량감을 주고 신맛을 차단(masking)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김치 발효과정에서 야생 유산균 대비 우점종으로 증식해 발효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균일한 발효산물을 생성해 최종 김치의 관능 풍미를 표준화해준다. 김장 김치로부터 빠른 유산균 스타터(Leuconostoc mesenteroid DRC)를 개발했는데 자연발효 김치보다 상품적 우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됐다.
“맛 표준화…맞춤 김치 개발 박차”
#한국 김치산업의 발전방향
▲배호열 농림부 식품산업과 서기관=국내 김치산업은 최근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수출은 주춤하면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김치 공급량은 2005년 153만톤으로 자가생산 55%와 시판김치 45%이고 시판김치 가운데 공장김치는 31% 수준이다. 포장김치는 전체의 약 20%에 달한다. 수출은 2004년 1억 달러를 넘었으나 2005년 김치 파동과 환율하락과 중국산 저가김치 진출, 국내 수출업체간 경쟁심화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수출단가도 96년 4.6달러(kg)에서 지난해 2.8달러로 10년 새 2달러나 떨어졌다.
김치산업이 갖는 의미는 우리 식문화를 대표하는 이미지 상품이자 농촌형 친환경 산업으로 농촌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하다. 김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김치의 매운맛과 신맛을 표준화해 외국인, 어린이, 환자 등에 맞는 맞춤형 김치를 개발하고 전통식품 품질인증 김치의 관리강화를 통한 소비자 인지도 및 신뢰도 제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홍보 CF를 제작해 올해 방송한다. 위생강화를 위해 김치업체에 의무화되는 HACCP 시설현대화 자금을 올해 100억원 지원한다. 수입김치 차단과 차별화를 위해 김치의 음식점 원산지표시도 중요하다.
김치업체의 국산 농산물 소비와 연계해 가공원료 수매자금을 올해 1019억원, 수출업체 운영활성화 자금 3270억원을 융자한다. 김치의 세계화는 수출경쟁력 제고가 핵심이고 외국인 기호에 맞는 김치요리 개발 등이 필요하다. 올해 수출물류비 289억원과 시장개척비 137억원이 지급된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김치산업 발전기반 구축이 필요하고 '김치산업발전협의회' 설립과 김치박람회 개최를 지원해 올해의 김치와 김치요리를 선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산지서 절여 유통…물류비 절감”
#이동식 배추 절임장치 개발
▲한응수 농협식품안전연구원 연구개발부장=국내 배추 생산량은 연간 250만 톤 정도로 이중 80%인 200만 톤이 김치에 사용된다. 김치는 배추를 다듬어 담그는데 평균 25%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물량은 연간 50만 톤 정도다. 이는 도시 환경을 악화시키고 김치공장에서는 산업쓰레기로 분류돼 제조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배추를 밭에서 다듬고 절임배추로 유통센터나 김치공장으로 수송하면 무게가 30∼40% 감소해 물류비 절감과 가격경쟁력 제고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배추를 산지에서 절여 유통할 수 있는 이동식 배추 절임장치를 개발했다. 이는 배추 수송 중 깨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절임시설을 이동식으로 하여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25톤 트레일러에 절임장치를 설치해 여기에 이동식 배추 절임장치를 제작하고 이를 산지 배추밭을 따라 이동시키면서 절임배추를 생산하여 김치공장이나 소비지 유통센터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동식 배추 절임장치는 25톤 트레일러 위에 절임조를 대형화하여 1일 24시간 16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방식으로 1년간 사업할 경우 예비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초기투자비는 6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매년 46억2800억원 매출을 가정할 때 내부수익률 59%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현행 김치공장의 초기투자비 25억5500만원에 매출 50억8200만원, 내부수익률 8%보다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사례1/봉우리찬·김치
“전국 최고 제료 고집, 명품김치 생산 앞장”
▲이하연 대표=봉우리(逢友里) 찬·김치는 명품김치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명품김치 만들기 첫 번째 전략은 퍼주기 마케팅이다. 고객 5%에게 3년 동안 퍼준 김치가 판매한 김치보다 많다. 두 번째는 어머니의 추억을 판다. 김장하는 날 어머니와 가족, 동네 사람들이 함께 한 문화와 추억을 강조한다. 셋째는 과거로 돌아간다. 남양주 덕소의 봉우리 마을에는 500여 개 전통옹기에 김치가 익어가고 있다.
다음은 명품 재료가 명품 김치를 만든다. 이를 위해 전국을 돌며 찾아낸 최고의 배추 무 고추 마늘 젓갈을 사용한다. 다섯째는 고객이 명품을 만든다. 묵은지 회원이 700명으로 11∼12월 모집해 이듬해 4∼6월 배송하는데 10kg 10만원이어도 반품이 없다. 다음은 그림과 말이 되게 만들자. 이를 위해 김치 요리책을 발간하고 서울·수도권 백화점에서 김치요리 강좌를 펴고 있다. 이렇게 하면 언론이 찾아오는데 최고의 마케팅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례2/농수원
“국내 자생 산채 활용, 기능성 김치 만들어”
▲남호섭 대표=농수원은 산채(약초)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다. 산채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 여러 가지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는데 항산화, 항돌연변이, 항균, 항미생물 작용 등의 기능이 다양하다. 농수원의 산채 김치는 국내에 자생하는 식용·약용산채의 맛과 향, 기능성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으로는 곰취김치와 곰달래김치, 당귀김치, 민들레 김치, 산마늘(명이)김치, 고들빼기 김치, 우엉김치, 씀바귀김치, 더덕·도라지·제피·가죽·해동피(음나무)김치/장아찌, 표고·송이·새송이·능이버섯 김치/장아찌 등이 있다.
산채김치 개발은 농업에서 시작되는데 산·약초 재배기술이 약초 농업으로 전승되고 천연물 산업화의 생명기반 농업으로 발전하는 의미가 있다. 경제성 작목으로 바이오 농업의 합리적 이용방안을 도출하고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연결한 제품화 및 농가 소득증대와 산업화의 성공모델 제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