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속의 야인
도시속의 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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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 전,아주 특이한 사람을 만났다.
달라스 도심 다운타운 한가운데에서 살고 직장을 다니지만 그는 마치 밀림에 혼자
떨어져 살아온 사람같았다.30년전에 미국에 건너와 전국을 떠둘아다니며 살았다는 그는 가족도, 친구도,
친척도 없었다.20년 이상을 우체국에 다니며, 연방 공무원으로 사회적인 신분은 확실하고, 영어도 소통하는데 지장이 없고, 매일 달라스 모닝뉴스를 보며 사회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온 집시처럼 떠돌이생활을 하는 트레일러에서 공기가 아주 좋지않은
다운타운에 살고 있었다. 한번 지나가기도 꺼려질 만큼 공기가 나쁜 곳에 10년이상 살았다고 한다.
그것도 또한 병을 얻게된 요인이었다.
그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할 때 혹시 자신에게 해코자 할까봐 두려운 듯
상대의 말과 어조에 무척 신경을 쓰며 마치 야생 짐승같은 예리한 본능으로 상대를 감지하는 듯했다..
자신을 비판하거나 하면 언제라도 양미간이 좁아지며 경계태세를 갖추고,
방어할 말과 공격할 자세를 갖춘다.
마치 야생고양이가 사람을 두려워 하면서도 언제라도 달려들 태세를 하고 바라보듯이.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게 거짓말과 적당한 눈속임이 몸에 벤 일반인들에 비하면 아주 솔직하고 천진난만하다.
자기가 혼자서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상대가 인정하기를 바라면서
사무 이외의 이야기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니까 물을 필요조차 없다는 단호한 태도에
개인사를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스스로 내비치는 말들속에서 그의 일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사람들과 깊은 대화가 없었기에 현대인에게 당뇨가 얼마나 흔하고,
쉽고도 어려운 병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다만 의사가 당뇨가 위험한 게 아니라 합병증이 무서운 것이라 해서
식이요법의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이다.
당뇨에 관한 식사법을 지도해주기 위해 만나게되었기에 포커스를 거기에다 맞추고 ,
모든 인간은 자기나름대로 살아가는 다양한 법대로 살 권리가 있고 ,
똑같은 삶을 살기를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모순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알리고
그의 삶의 방식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경계심을 푸는 것은 아무런 노력도 필요치 않았다.
그의 현 상태를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고 ,그가 가진 좋은 점을 열거함으로써
그의 마음을 열게 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간혹 그가 고립되게 삶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설명할 때에는 많은 조심을 해야 했다.
그는 법정스님의 혼자 사는 즐거움을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몸으로 터득하고 있었고,
혼자만의 은퇴준비를 너무도 철저하게 잘 해놓아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61세가 되도록 좋은 음식,좋은 차, 좋은 집에 한번 살아보지 못하고,
그 어느 중산층의 백인들보다 더 훌륭하게 은퇴준비를 철저히 해 두었다.
모든 경계심을 버렸는지 자신의 전 재산이며, 자신이 은퇴한 후에 받게 될 소셜연금,
2차,3차로 들어놓은 적금과 은퇴자금에 대해 자랑스럽게 열거하는데
이 나라의 주인인 백인들조차도
두 손을 들 만큼 철저하게 넉넉히 쓸 만큼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당뇨라는 병이 무지하면 목숨을 쉽게 잃게 되는 무서운 병인만큼
이제라도 식이요법과 치료, 운동을 철저히 해야하는데
그래도 뒤늦게 그 부분에 대한 지도는 많이 진척이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보험을 제하고 얼마 안되는 진찰비문제로
의사와 사이가 나빠져 있어 직장을 휴직하고 있는 동안 진단서는 필요하니
의사를 바꿀 수는 없고, 그 의사는 자기가 못믿겠으니 복직한 후에나 의사를 바꾸겠단다.
무엇보다 의사를 신뢰하고 그의 진단을 믿고 따라줘야 하는데
아무리 설득을 해도 10여년동안 자기 판단대로 결정하고 제대로 이행하지않아
당수치는 500-600이넘어있었고, 식사요법을 철저히 한 후 현재 200정도로 내려갔으나
그것도 빨리 정상치로 내려야 하건만 시간이 필요하다며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만 만족했다.
음식은 조절에 들어갔고,운동도 잘 하고 있으나
의사와의 대화나 의사의 처분에 고분고분 행동하는 건 요원한 일이다
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만큼 어린 시절이 불우했던 것 같고 형제가 있으나 자주 연락도 안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걸 얘기하니 단호하게 거부한다.미국이 자기로서는 얼마나 좋은 곳인지 모른단다.
열심히 일한만큼 댓가가 돌아오는 나라고, 제도를 잘 활용하면
자기에게 도 공평하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그점을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미국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었고,
그 이면에는 눈물겹도록 착하고 선하게 열심히 일을 해서 일구어낸 성과가 있었다.
그의 자기 방어능력은 완벽에 가까울만큼 철저하고, 쉬지않고 일한 그는 상을 받을만큼 근면성실했다.
다만 그 자신은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모를 뿐이다.
하지만 이제 그만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남은 인생을 누리면서 사는 법에 대한 강의를 했다.
60여년 동안 형성된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천년만년 살 것 처럼 노후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것도 어찌보면 무지인데 그 무지를 깨우쳐 주는 것도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당뇨를 고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게 먹었는지 깨닫게 했다.
미국 전국방방곡곡 시골오지까지 들어가 있는 중국부페,-사람에게 살게 하는 음식이라기보다 독수준인 그 음식을 싸고 배부르고 맛있다고 1년동안 배가 터지도록 매일 먹었단다.
지금 멕시칸과 흑인동네를 제외하고는 중국부페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의 변화를 못읽고 뒤늦게 비즈니스를 시작한 막차탄 삶들은 울면서 문을 닫았다.
그런 음식을 아직도 매일 먹는 사람들이 있다. 트렌스지방에 튀겨
고소한, 제일 저질의 지방이 더 많은 고기들로 미원과 설탕을 들어부으며 만드는 중국음식들, 하층민들에게 일상음식이 되어버린 쓰레기들.
일생동안 중국음식은 잊어버리라고 했더니 당뇨교실 강사도 선생님과 똑같은 말을 하더라며
자신의 무지를 한탄했다.
요즘 자신은 신분이 상승된 느낌이라기에, 그 정도의 삶이고 준비해온 걸로 봐서
미국 중상류이상은 되니 어깨를 펴고 백인들에게 주눅들지말 것을 당부했다.
자신이 늘 사회의 외곽지대사람인 듯 생각하는 게 안쓰러�다.
그 어느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일생을 보내놓고도 자신을 평가해줄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주위에 자기편이 아무도 없다고 늘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것이 안타깝다.
백인들은 이미 혼자 사는 사람이 반수이상된다.
그들은 혼자라고 주눅드는 법이 없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가정환경이 그를 외롭게 한 것인데
너무 가족중심의 한국사회가 혼자사는 사람,특히 이혼하거나 사별한 사람은
마치 범죄자나 문제아인양 생각하는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이번 최진실의 자살을 불러온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일방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보이지 않은 정신적인 폭력이 모르는 대상에게 가해진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닫고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린 결론과 보이지 않는 상황을 인정해주고,
성숙된 사회의식을 갖게 되기 바라면서
그가 자신을 60여년간 포근히 감싸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게 한
사회인식에 변화가 오기를 바란다.
사람의 삶이 모두 한 모양일 수 없듯이 어찌 하나의 잣대로 다양한 인생을
잴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