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땅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
오늘도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85세인데 아파트에 혼자 사신다. 몸이 무척 왜소하시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동을 못하셨단다. 부축헤서 걸음을 떼시는데 그것도 힘겨우신 듯 자주 쉬다 걷다 하신다.
귀도 밝고 눈도 좋으시다, 음식이나 건강관리를 잘 하시는 편이다. 보자마자" 이렇게 예쁜 사람이 어떻게 왔지? 몸매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하신다. 아마도 사람이 몹시도 그리우셨나보다.
나이든 아줌마를 예쁘다하시는 걸 보니, 늘 홀로 계셔서 조금만 젊어도 다 예뻐보이시나보다.
병원에 다녀오는 내내 칭찬을 입에 달고 계신다.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이렇게 말을 많이 하실까. 혼자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무서우실까,의사선생님께 두렵고,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신다고 하소연하신다.
의사는 기도하세요, 그럴 때마다 기도하세요,하고 충고하신다.그럴까요? 반신반의하며 주사를 두대 놔주세요,하신다.
무엇이 할머니를 두렵게 만들까? 저 연세가 되어도 죽음이,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뜨실까 무서우신가보다.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돌아오면서 주사가 잘 듣는다며 한번 맞은 주사의 효력을 믿으시는 눈치다. 불과 몇 시간이면 끝날 주사의 효과를 .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보았다.
대부분의 한국의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순종하고,시집가서 남편에게 복종하고, 늙어서는 자식에게 의지하는 삼종지도의 덕을 지키던 한국의 여인들의 말로다.
미국에 와 딸네집을 전전하며 그래도 효녀인 막내집옆에 아파트를 얻었지만 고달픈 이민 생활에 어머니를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짬을 내서 일주일에 한번 장을 봐다 넣어주고 돌아서는 딸의 심정은 어떨까?
생판 남인 내가 몇시간 같이 있다 돌아오는데 눈물이 핑 돌아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아무하고도 얘기할 수가 없어서 심심해. 내가 전화해도 돼? 하고 물으시는 할머니,예 심심하시면 전화하세요, 아무 때나요.
미국의 홈케어 시스템은 정말 훌륭하다. 노인들의 병원비,생활비, 거동을 못할 경우 간호사를 보내고, 세탁,요리,라이드등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준다. 그런데 외로움만은 예외다. 자식들과 돌보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는 보조를 안해주니까 거의 모든 노인들이 혼자 아파트에 기거한다. 비록 새로 지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흑인, 백인등 타 민족과 어울려 살아야하는 할머니는 영어가 안되고, 차가 없는 것이 가장 답답하시단다.
흑인 지역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 외로우신 분이겠구나 짐작한대로 친구하나 없는 이국땅에서 처절한 외로움을 겪고 계셨다. 병원진료가 끝나고 한인 마켓에 모시고 갔더니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이렇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만나 너무 좋다시며 오래오래 병원일을 하라고 당부하신다. 이 분들을 한 곳에 모여 살게 해드릴 수 없을까/?정부에서 못하면 개인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이익이 남는 일에만 몰리지 말고 세상과 외로운 사람을 위해 커다란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살고 더불어 생활하는 마을을 구상해보았다.
시 외곽 지역에 싼 집을 사고 주변에 친자연황토집을 지어 혼자로의 자유를 만끽하며,외로워하지 않아도 될 친구가 주변에 살고, 저녁이면 황혼빛을 받으며 같이 바베큐를하고 와인 한잔을 즐기는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어 보았다. 주변에는 텃밭을 만들어 각종 야채와 과일나무를 심고,각종 허브를 심어 아름다운 꽃이 사철 피어있어 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 때로 댄스파티도 하고, 함께 노래도 하며 명상을 하고, 요가도 할 수 있는 곳,건강식으로 100세가 넘어도 늘 건강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곳.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부지런히 돈을 벌 필요성이 생겼다.